시와 함께

입력 2005-09-22 08:59:38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1961~ ) '너에게 묻는다'

세상에는 하잘것없어 보이는 것도 때로는 크고 위대한 깨우침을 줄 때가 있습니다. 거짓과 위선으로 자신을 속여도 인간은 진실 앞에 마주서면 한순간에 자신을 무너뜨리는 양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간음한 여자를 돌로 치라는 예수의 말에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한 게 아닐까요? 그러나 종종 우리는 자신을 망각하고 예컨대, 골목길에 버려진 연탄재를 함부로 차버립니다. 연탄재야 하잘것없는 쓰레기이니까 차버려도 괜찮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준엄하게 꾸짖습니다. 그 질책에 깜짝 놀라서 우리는 꼼짝없이 말이 막힙니다. 하잘것없는 것에서 큰 깨우침을 받는 순간이지요. 남을 위해서 자신을 뜨겁게 희생한 연탄재…. 그것을 함부로 발로 차는 우리는 과연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었을까요?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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