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부시 재임 3년간 버티기로 했었다"

입력 2005-09-21 10:23:19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6월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남은 재임기간 3년 동안 버티기로 작심했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시 면담에서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에 (핵문제와 관련한) 협상은 무용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는 것. 그러나 김 위원장 마음이 움직인 것은 6월 10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 결과였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당시 북한도 한미정상회담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으나, 회담 결과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평화적 해결 의지를 분명히 한데다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호칭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1주일 후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는 노 대통령의 부담을 설명하고 김 위원장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정상회담 개최는 제3차 6자회담 중단 1년이 거의 가까워지면서,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대북 제재 불가피론이 힘을 얻고 있던 때 이뤄졌다.

이 당국자는 "6·10 한미정상회담이 북핵 타결에서 하나의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핵문제 해법으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양보하는 일괄타결 방식을 일관되게 주장해 온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6자회담 타결 하루 만인 20일 각별한 소회를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최경환 비서관을 통해 "1차 북핵위기가 일어난 94년부터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주고받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는데 이번에 그런 방향으로 해결됐다"며 "잘돼서 다행"이라고 평가했다.이에 따라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일정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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