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단풍' 스크린 물들이다

입력 2005-09-21 08:46:42

가을은 멜로의 계절. 블록버스터가 휩쓸고 간 여름 극장가를 멜로 영화들이 노크하고 있다. 조용히 찾아오는 멜로 영화도 가끔은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폭풍우를 몰고 다니기도 한다. 올 가을에는 멜로 영화가 유달리 많다. 가을을 사랑으로 물들이고자 하는 야심작들이다.

■너는 내 운명(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봄)=23일 일찌감치 개봉, 이미 개봉한 외출에 이어 멜로영화에 불을 댕긴다. 노인의 성과 사랑을 그린 '죽어도 좋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박진표 감독이 두 번째로 메가폰을 쥐었다. 멜로의 여왕이라 불리는 전도연과 주가가 한창 오른 황정민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순박한 시골 총각과 다방 아가씨의 사랑이 줄거리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둘의 사랑은 여자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국을 맞는다. 그러면서도 운명적인 사랑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진정한 최루성 멜로영화라고 할 만하다.

■사랑니(감독 정지우, 제작 시네마서비스)='해피엔드' 이후 한동안 잠잠히 지내던 정지우 감독이 5년 만에 만들었다. 서른 살의 학원강사 조인영(김정은)이 학원을 찾아온 열일곱 살의 고등학생 이석(이태성)에게서 오래전 헤어진 첫 사랑의 모습을 발견한 뒤 사랑에 빠지는 아슬아슬한 이야기. 코믹연기를 주로 해왔던 김정은이 멜로에 도전했다. '처음 해보는 것에 대한 낯선 면이 있었는데 그것 자체가 행복했다'는 것이 그녀의 평. 상대역은 오디션을 통해 뽑힌 신인 이태성이 맡았다. 29일 개봉 예정이다.

■새드무비(감독 권종관, 제작 아이필름)='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마찬가지로 여러 커플이 펼치는 다양한 이별 이야기가 교차되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 ' 내 생애…'가 밝은 분위기라면 새드무비는 슬픈 사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정우성 임수정 차태현 염정아 신민아 등 8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출연, 네 가지의 다양한 이별 이야기를 펼친다. 제목처럼 사랑과 이별에 관한 슬픈 영화지만, 권종관 감독은 "눈물이 나더라도 맑은 날의 여우비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10월 1일 개봉 예정.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감독 민규동, 제작 두사부필름)=일곱 커플이 일주일이란 한정된 기간을 배경으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의 크고 작은 기적을 묘사했다. 임창정 엄정화 황정민 김수로 주현 윤진서 등이 주연급 출연자. 청춘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아버지와 딸, 중년 남녀 간의 사랑이 이어진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결국은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로 각 에피소드 별로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각오다. 4년여 전, 영화학교 친구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공동연출하며 충무로에 입성한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0월 7일 개봉 예정.

■그 외=평범한 30대 여성이 현실의 남자와 미지의 남자 사이를 오가며 겪는 연애담을 그린 연애(감독 오석근, 제작 싸이더스), 30대의 미혼모를 짝사랑하는 열세 살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청년으로 변신해 꿈 같은 사랑을 나누는 판타지 로맨스 '소년, 천국에 가다'(감독 윤태용, 제작 싸이더스), 7년간 사귄 애인과 결혼을 앞뒀으나 낯선 남자와 하루 동안 비밀스러운 연애를 감행하는 여자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애인(감독 윤창훈, 제작 기획시대), 10년의 세월을 두고 어긋나기만 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사랑을 놓치다'(감독 추창민, 제작 시네마서비스) 등이 11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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