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같아라'…풍성한 한가위

입력 2005-09-19 00:27:13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18일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각 가정에서는 가족, 친척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차례상 앞에 모여 조상의 음덕을 기렸고 공원묘지와 납골당 주변은 온종일 성묘객들로 붐볐다.

그러나 태풍 피해를 아직 완전 복구하지 못한 울릉도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차례상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채 쓸쓸한 추석을 보냈고, 장치산업이 몰려 있는 울산.포항 등의 공단 근로자들도 추석도 잊은채 생산활동에 구슬땀을 흘렸다.

◇공원묘지 북새통 = 경기도 파주 용미리 1, 2묘지와 고양 벽제공원묘지에는 이날 각각 4만5천여명, 7천300여명의 성묘객들이 찾았다.

또 4천~5천여명의 성묘객이 다녀간 경춘공원 묘역 주변은 오전부터 성묘차량으로 붐볐고, 춘천공원 묘역에도 가족단위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46번 국도 배후령 구간 왕복 2차선 도로가 온종일 혼잡했다.

오전에 비가 내린 충북 지역에서는 주로 날이 갠 오후에 청원군 가덕면 가덕공원묘지 9천여명,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목련공원 8천여명의 성묘객이 다녀갔다.

이밖에 전북 전주시 효자동 효자공원묘지와 익산시 팔봉동 공원묘지, 부산 금정구 청룡동 공원묘지와 영락공원, 용호동 천주교묘지 등 전국의 주요 공원묘지와 납골당에는 온종일 성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군인도 추석 즐겨 = 대구시 중구 남산동 가톨릭대학교 교정에서는 이날 대구외국인 상담소 주최로 외국인노동자 한가위 한마당 잔치가 열려 5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추석을 즐겼다.

출신 국가별 노래자랑에 이어 전통요리 시연회와 축하공연 등이 펼쳐졌다.

또 인근 달서구 성당동 원화여고 체육관에선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주최로 '베트남의 날 축제'가 열려 1천명의 대구.경북지역 베트남 근로자들이 이국땅에서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고향에 가지 못한 강원도 최전방 군 부대와 경찰서 등에서도 장병과 전.의경들이 합동차례를 지내며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국토의 최동단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원들은 이날 동도 막사내에서 합동차례를 지내고 독도수호 의지를 다졌다.

서울구치소 등 전국 46개 교도소와 구치소 등에서도 모범수용자와 고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차례가 치러졌다.

◇울릉주민 "추석이 어딨노" = 그러나 모두가 즐겁기만 한 추석은 아니었다.

제14호 태풍 '나비'가 섬 전체를 강타해 집이 있던 자리가 도랑으로 변하고 텃밭이 뻘밭으로 망가진 울릉도 서면 주민들에겐 이번 추석이 남의 일만 같았다.

복구가 진행되면서 전기가 들어오고, 진입로도 일부 복구돼 통행이 가능하게 됐지만 아직도 면사무소 회의실이나, 교회, 사찰 등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주민이 얼추 100여명이 넘는 상황.

남양 2리 주민 손춘자(52)씨는 "다행히 조상 산소는 태풍피해가 비켜가 며칠전에 술잔이라도 한잔 부어 놓았지만 집 잃고, 가족 잃은 이웃들 심정이야 오죽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산업계도 추석에 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장치산업인 울산지역 석유화학 업체와 일부 철강업체 등 60여개사의 생산직 근로자 7천여명은 이날 정상 근무했다.

◇극장가.산.유원지 발걸음 = 주요 놀이시설인 용인 에버랜드와 과천 서울랜드에는 이날 오후 각각 2만2천명, 1만5천명이 찾아와 사물놀이와 윷놀이 등 다양한 한가위 놀이를 즐겼다.

이밖에 설악산국립공원 6천500여명, 양평 용문산 1천500명, 오대산 700여명 등 전국 유명산과 유원지 등에도 등산 및 행락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차례를 마친 시민들이 바닷가를 거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극장가와 시내공원 등도 명절 연휴를 즐기는 연인이나 가족 단위 시민들로 붐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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