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너무 좋아요!"…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가위 잔치

입력 2005-09-16 10:22:11

"우리 나라에는 추석이 없지만, 한국에서 추석을 지내면서 휴식도 하고 정말 좋아요."

15일 저녁 칠곡군 교육문화회관에는 왜관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200여 명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오랜만에 여흥의 시간을 갖는 등 푸근한 '한국의 밤'을 보내며 낯선 '추석' 문화를 경험했다. 이날 행사는 추석을 맞아 칠곡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외국인 근로자 위안잔치로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7개국의 근로자들이 모여 이국 땅에서의 추석 분위기를 즐겼다.

13세, 9세, 6세 등 3명의 아들을 둔 필리핀의 안셀마(38·신진테크근무) 씨는 "남편은 고국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며 "일도 힘들지 않고 월급도 많이 받아 한국이 너무 좋지만,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된 와니따(36·여) 씨도 "필리핀에 3세 된 아들을 두고 왔는데 아기가 보고 싶어 매일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동료인 요안(27·여) 씨는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요안 씨는 남편도 부산에서 일하고 있어 토요일만 되면 만나는 '주말 부부'이기 때문.

외국인 근로자들은 2년 정도면 한국말을 조금씩 익히게 되면서 산업현장에 적응, 한결같이 "일은 힘들지 않은데 향수병을 이겨 나가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고백한다.

칠곡상공회의소 장용화(48) 사무국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추석에 마련하는 위안잔치에서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끼리 만나 회포를 푸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위안잔치에 참석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표정이 2, 3년 전보다 밝고 명랑해져 모두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칠곡군에는 230개 업체에 1천2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뷔페식 저녁식사를 하면서 상공회의소 측이 마련한 어린이 부채춤과 재즈, 마술 등의 공연을 즐기고, 2부에서는 각 나라마다 장기자랑을 펼치며 '여흥 시간'을 보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위안잔치를 마련한 칠곡상공회의소 박노윤 회장은 "지역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상호간의 친목과 교류의 시간을 갖게 하여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 : 왜관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위안잔치에서 서로 만나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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