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아일랜드 신교도 폭동

입력 2005-09-15 14:43:24

벨파스트 3일간 '무법천지'

북아일랜드의 과격파 신교도들은 지난 10일부터 3일간 벨파스트 중심가 일대를 폭력의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영국 북아일랜드의 중심 도시 벨파스트를 지난 3일간 '무법 천지'로 만든 폭동은 신교도 근로계층의 좌절과 분노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영국 언론들이 14일 일제히 분석했다.

이른바 '오렌지 맨'으로 불리는 신교도 시위대는 화염병과 보도블록, 사제폭탄을 투척하며 경찰을 공격했고 도로를 지나던 차량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해 구교도 운전자를 끌어내고 차량을 파괴했다. 일부 과격 무장단체 대원들은 경찰을 향해 실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3일간 벨파스트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든 신교도들의 폭동으로 신교도 거주지역과 접한 구교도 거주지역 상가는 유리창이 대파되고 주차됐던 다수의 차량이 불에 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신교도들은 구교도들의 묘지를 습격해 묘비 20여 개를 파손하고 구교도들을 모독하는 낙서를 남겨 놓았다. 부상한 경찰관만 60여 명에 달했다. 이런 폭력사태의 발단은 경찰이 가두 시위의 행로를 변경한 데서 비롯됐다.

북아일랜드의 신교도들은 17세기 신교도 영국 국왕인 윌리엄이 구교 부흥을 기치로 자신에게 맞선 장인 제임스 2세를 격퇴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벨파스트 시내에서 매년 '오렌지 행진'을 벌여왔다. 경찰은 올해 오렌지 행진 대열이 구교도 지역을 지날 수 없도록 통제했다. 이에 격분한 오렌지 맨들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오렌지 맨 시위대는 지난 7월 무장해제를 선언한 구교도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아일랜드공화군(IRA)이 아직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군 병력을 철수하는 등 영국 정부가 지나친 유화조치를 펴고 있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더 타임스, 가디언 등 영국의 주요 언론은 신교도 근로계층의 사회·경제적 지위 악화에 따른 분노와 좌절을 이번 소요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30여 년에 걸친 북아일랜드 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신교도 근로계층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했다는 지적이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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