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년만에 첫 주연맡은 전미선

입력 2005-09-15 08:03:14

배우 전미선(33)이 데뷔 15년만에 첫주연을 맡았다. 그것도 영화의 95% 가량을 책임지는 단독 주연이다. 순제작비만 13억원이 투입된, 결코 몸집이 작지 않은 영화에서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여배우로서 큰 모험을 했다. 연기에 앞서 단단한 각오가 필요한 역할이었다. 석달 열흘을 고사하다가 삼고초려 끝에 출연했다. 무슨 사연인지 들어봤다.

▲차승재 대표의 삼고초려

문제의 영화는 10월 21일 개봉하는 '연애'(감독 오석근, 제작 싸이더스)다. CJ엔터테인먼트가 5억원을, 영화진흥위원회가 4억원을 투자했고 제작명가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가 직접 나서 강력하게 민 작품이다. 전미선을 삼고초려한 것도 바로 차 대표다.

"처음에는 못한다고 피해다녔다. 차 대표님이 시나리오를 다시 읽어보라고 몇번이나 말씀하셨지만 아무래도 내게는 너무 큰 모험 같았다. 이젠 나이도 있는데 너무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3-4개월을 피했다. 휴대폰 전원도 꺼버렸다. 그런데 운명인지 다시 휴대폰을 켜는 순간 바로 차 대표님 전화가 걸려왔다." (웃음)

사실 다른 배우가 할뻔도 했다. 전미선이 강경하게 거절하자 제작사는 다른 배우를 접촉했다. 그런데 그녀가 계약서에 사인하기로 한 날 출연이 무산된 것.

"그 얘기를 나중에 들었는데 결국 내가 할 역이라 다시 내게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를 주는데도 왜 놓치냐'는 차 대표님의 말씀에 결국 출연하게됐다."

▲몸 파는 여자의 연애

연기파 전미선을 그토록 고심하게 했던 것은 무엇일까. '연애'는 두 아들을 둔 30대 여자가 이혼, 생활고 끝에 술집에 나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자연스레 몸을 팔게된 여자는 그 와중에 만난 한 남자와 연애의 감정을 주고받는다. 또한 이 여자에게는 전화방 아르바이트를 하다 친해진, 목소리만 아는 남자친구도 있다. 여자는 이 전화 속 남자와도 마음을 나눈다.

단순히 노출 문제 때문이라면 그렇게 큰 문제는 안됐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캐릭터가 아예 몸 파는 여자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극 후반부에는 극단적인 설정까지 놓여있다. 하지만 그는 해냈다. 막판의 파격연기까지.

"뚝심 하나를 갖고 쭉 밀고나갔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내가 조금만 흔들렸더라면 저정도도 안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의 첫 느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기회를 주신 분들께 고마웠다. 인지도가 높지도 않은 배우에게 이런 기회를 주셨으니 보답할 길은 연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몸을 파는 것이 동적인 설정이라면 영화에는 여자의 미칠 것 같지만 결코 토해지지 않는 정적인 감성이 섬세하게 묻어난다. 전미선의 진가는 이 부분에서 발휘된다.

"부산에서 3개월간 올 로케이션 촬영을 했는데 그 기간 배운 게 평생 갈 것 같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참고 인내해왔던 것이 이 작품을 위한 수련과정이었던 것 같다."

▲연기 시작은 15년전, 알게 된 것은 5년전

"18살에 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서는 연기가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 비로소 연기를 알게된 것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때부터다. 연기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됐다."

1989년 KBS 드라마 '토지'로 데뷔했지만 2000년 '번지점프를 하다'를 만나고서야 연기를 사랑하게 됐다. 이후 그는 드라마 '왕건' '인어아가씨' '스크린' '찔레꽃', 영화 '살인의 추억' '나두야 간다' 등에 출연했다.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모두 애정을 갖고 했다는 얘기.

"사실 밝은 캐릭터인데 외모랑 우울한 역이랑 궁합이 잘 맞아서 그런지 그런 역만 들어온다"며 웃은 그는 "'연애'의 개봉을 앞두고 가슴이 떨린다. 사람들이 내 연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너무 궁금하지만, 어찌됐든 관객이 주인공의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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