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연인', '파리의 연인' 영광 재현할까

입력 2005-09-15 08:04:27

SBS TV 특별기획 '프라하의 연인'(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이 24일 첫방송된다.

'프라하의 연인'은 지난해 SBS에서 방영돼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파리의 연인' 2탄격으로 준비된 작품. 김은숙 작가-신우철 PD 콤비가 '파리의 연인'을 마치자마자 이 드라마 기획에 들어갔다.

신 PD는 프라하를 제목으로 끄집어낸 데 대해 "파리에 이어 선택한 유럽도시가 프라하다. 파리가 화려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면, 프라하는 아름답지만 중세 유럽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빛바랜 느낌이 든다.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사랑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내용을 전개시킬 배경 도시로 적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라하의 연인'에는 영화에만 출연해왔던 전도연과 김주혁이 3년여만에 드라마에 복귀했고, '다모' 이후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민준이 가세했다. '파리의 연인'이 재벌 남자와 가난한 여자를 기본 설정으로 했다면 '프라하의 연인'은 이와 정반대로 대통령의 딸과 강력계 형사의 사랑이야기를 담게 된다.

현실에 없을 법한 설정에 대해 김은숙 작가는 "드라마는 드라마다. 갖지 못한 사랑이 더 가치있고 절실해 보인다. 평범한 설정은 재미가 없다. 가을에 어울리는 사랑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드라마의 기본틀을 설명했다.

재벌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든, 대통령의 딸과 평범한 형사의 사랑이든, 이는 드라마의 재미를 위한 극적 장치일 뿐 결국 사람들이 가슴속에 판타지처럼 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강력계 형사 최상현(김주혁)이 프라하로 날아간다. 형사와 강도 피해자로 만나 사랑에 빠져 3년 동안 꼬박꼬박 학비를 대줬던 연인 강혜주(윤세아)가 느닷없이 귀국을 며칠 앞두고 이별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최상현은 혜주를 찾는 과정에서 윤재희(전도연)를 만난다. 체코 주재 외교관이자 대통령의 딸이다. 재희 역시 사랑의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여자. 5년전 첫 발령지 파리에서 지영우(김민준)를 만나 뜨거운 첫사랑을 경험했으나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 영우는 그 날 이후 소식이 없다.

프라하는 재희와 영우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곳. 그래서 재희는 체코 주재 영사관 근무를 자원했던 것이다.

영우는 재희를 위해 재희를 떠난 상처를 갖고 산다. 현직 검사이지만 재벌가 2세. 대선 때 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대주던 아버지는 야당의 또다른, 별볼일 없는 대선 후보를 아버지로 둔 재희와의 사랑을 허용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으면 부녀를 다치게 한다는 아버지의 으름장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가슴속에는 재희에 대한 사랑이 변치않았다.

이 때문에 드라마는 윤재희의 새로운 사랑과 가슴속에 남아있는 옛사랑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개된다. 다소 신파적인 내용일 수 있지만 출연배우들은 한결같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나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건을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들이 발랄하면서도 하나의 큰 줄기를 향해 일관성있게 모아진다는 것.

김은숙 작가는 "쉼없이 대본을 쓰고 있다.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계속 흘러나온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프라하의 연인'은 '루루공주'와 끊임없이 비교돼왔다. '루루공주'에 김정은이 출연하는데다 '루루공주'가 '파리의 연인'을 벤치마킹한 작품이라고 스스로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연성없는 줄거리로 급기야 김정은의 출연 거부 파문까지 일고 말았다.

그런 면에서는 작가-연출이라는 드라마 제작의 기초적인 조건이 더 안정적인 데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녀 주인공을 내세운 '프라하의 연인'은 보다 앞선 출발점에 놓여있다.

'파리의 연인'은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배우들의 연기에 리얼리티가 살아있어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적절히 자극했다. 그러나 그 사이 현실성에서마저 탄탄한 요건을 갖췄던 '내 이름은 김삼순'이 올해 최고 인기를 누렸다. 한단계 진화한 이야기가 이미 나온 상태에서 '프라하의 연인'이 과연 '파리의 연인'의 영광을 뛰어넘을지 방송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