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청와대, 여와 야는 추석 민심 걱정조차 않나 보다. 대통령이 연정(聯政)에 매달려 경제 문제에 뒷전인 듯하니 열린우리당도 배운 대로 했다. 대통령 출국하자마자 선거구제부터 들고 나왔고 한나라당은 '선(選)'자(字)만 나오면 궁리는 없이 악부터 쓴다. 이게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선에서 뒤뚱거리는 한국 정치의 수준이다.
정기국회는 실로 할 일 산적(山積)이다. 국정감사가 10월 11일에 끝나면 정책을 뒷받침하는 각종 입법과 민생'경제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 다음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노심초사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쟁(政爭)이 끼어들 틈이 없어야 함에도 작년부터 미뤄 온 국보법'사학법에다 '쌀'비준안'X파일'부동산법 등 초대형 쟁점들이 버티고 있다. 상(床) 다리가 부러지도록 쌓인 이 '먹을거리'들을 처리하기에도 배가 터질 판인데 여기다 또 '선거구제'를 올려 놓으면 어쩌자는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비행기 안에서 "당분간 연정 얘기는 않겠지만… 선거 제도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말은 곧 열린우리당에게 '선거 제도 문제를 정기국회에 던져 놓으라'는 대통령의 지시다. 아니나 다를까, 노-박 영수회담 때의 상대당에 대한 그 낯간지러운 칭찬은 일주일도 못 가 취소되고 대변인들의 입은 또다시 더러워지려 한다. 국감 증인으로 우리당이 박 대표를 부르자 한나라는 노 대통령을 불렀다. 여당이 이건희 회장을 부르자 야당은 문희상 의장을 호출했다. 기가 막히게도 여당은 선거구제 개편을 떠들면서 국회의원을 340명까지 대폭 늘리는 제안을 했다. 이게 무슨 아이들 장난인가.
청개구리 같은 여당, 바락바락 악만 쓸 뿐 '지혜'라곤 한 톨도 없는 야당-정기국회가 장날마다 걱정스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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