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두자매·삼남매 돌보는 달서署 이종문(52) 경사

입력 2005-09-13 10:39:30

달서경찰서 청문감사실 이종문(52) 경사는 12일 오후 사무실에서 정가희(13·중1), 가인(11·초교 5년) 자매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To 경찰아저씨'라고 적힌 예쁜 편지지에는 "매달 10만 원씩 통장으로 돈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시민들도 지켜주시고 어려운 이웃도 도와주시는 아저씨를 생각하며 공부도 더 열심히 해요. 저도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자매는 3년 전 부모가 가출한 뒤 소녀가장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경사는 사회복지사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지난해 초부터 익명으로 자매의 통장으로 매월 돈을 보냈고 있는 것.

가희양은 "처음에는 누가 돈을 잘못 보낸 줄 알았다"며 "1년쯤 지나 도와주신 분이 경찰아저씨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또 어머니 없이 알코올 중독증에 걸린 아버지와 살고 있는 3남매의 생계도 돕고 있다. 성당 신도를 통해 이들을 알게 된 그는 매월 쌀, 라면, 과자 등 양식을 직접 사서 박스에 담아 익명으로 집으로 배달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직접 돈을 줬지만 아버지가 그 돈을 모두 술 먹는 데 써버린다는 사실을 안 뒤 생필품을 직접 구입해 보내는 것으로 바꿨다.

이런 숨은 따뜻한 손길은 2주 전 달서경찰서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졌다. 게시판에는 '주민을 가족같이 돌보는 경찰관을 칭찬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그동안 남몰래 두 남매를 도와준 이 경사의 선행이 알려졌다.

초대 달서구 모범공무원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경사는 "두 자매, 세 남매가 성장하여 자립할 때까지 도움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오히려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소년소녀가장들을 돕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순자 사회복지사는 "많지 않은 월급에도 매월 꼬박꼬박 돈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꿋꿋하게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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