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는 어느 때보다도 활기가 넘쳤다. 바로 100회를 맞이한 프레타 포르테 파리(PRET A PORTER PARIS) 전시회를 찾는 방문객들로 넘쳐났기 때문이다. 6만4천㎡ 규모의 포르트 베르사유 전시장은 전세계 50개국에서 온 1천200여 업체와 4만2천여명의 바이어, 30여개국에서 온 1천여명의 취재진들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프레타 포르테 파리 전시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여성 기성복 전문 전시회. 파리여성기성복협회(SODES)와 COMEXPO PARIS 공동 주최로 매년 1, 9월 두 차례 열려 다음 시즌의 패션 경향을 제시하고 상품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만남의 장이다.
# 100회를 맞아 부상한 한국의 이미지
횟수로 50주년, 100회를 맞은 이번 전시회는 예년보다 많은 변화가 눈에 띄었다. 고가와 중저가 여성복 브랜드와 액세서리, 스포츠웨어 등 모두 14개 전문 전시관의 위치를 과감하게 바꾸고 패션과 예술·문화행사를 접목시키는 등 단순한 패션산업 전시회의 차원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그 중 가장 중심에 서있는 것이 바로 한국이었다. 100회를 기념해 한복특별전과 한복패션쇼가 개막행사로 열린 것. 프레타 포르테 파리 전시회가 특정 국가의 전통 복식을 공식 개막 행사에 소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내년 한불 수교 120주년을 앞두고 초청된 것으로 보인다.
한복패션쇼는 한복에 어울리지 않는 일부 아마추어 모델이 무대에 서고 준비 부족 등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복특별전은 한복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한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독특한 현대 의상들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가죽, 비닐 등을 소재로 써 한복을 재해석한 프랑스 디자이너들의 작품 등을 눈 여겨 본 덴마크 잡지 '핸디' 에디터 트린 래븐씨는 "여러 디자이너들이 한복을 컨셉으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표현한 시도가 흥미롭다"며 "아름다운 한복이 실제 의상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각 국의 고유한 이미지를 담은 '에스닉(민속풍)'이 강하게 대두된 이번 전시회에서 한복의 느낌은 각 부스에 전시된 외국 디자이너들의 의상에서도 적잖게 응용돼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었다.
#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의 패션 상품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패션업체는 20개사. 대구시와 경북도의 지원으로 한국패션센터와 대구패션조합이 공동 주관해 (주)대경물산, 앙비숑패션, (주)주경, 니오물산 등 4개 지역 업체가 참가했다. 또 한국패션협회의 지원을 받아 서울 등지에서 16개 업체가 참가해 다른 나라 제품들과 바이어 유치 경쟁을 벌였다.
지난 1월 한국패션센터 공동관으로 처음 참가했던 지역 업체 (주)주경과 니오물산은 이번에 개별 부스로 독립해 좋은 성과를 거둬 앞으로 해외 시장 개척의 높은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브랜드명 '프리밸런스'의 (주)주경은 현대 여성을 위한 컬렉션을 표현하는 'Le Studio'관에 독립 부스로 참가해 25∼35세 고객층을 겨냥해 동·서양의 조화를 통한 세련된 우아함을 표현한 의상들로 중동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유럽 바이어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어 1억4천만 원 어치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브랜드명 '도현 앤 바부됴쿄'의 니오물산은 이번에 두 번째 참가하면서 고가의 고급스런 디자이너 전시 공간인 'Atmosphere d'Ete'관에 진입해 단아하고 정적인 한국적 이미지를 살린 세련된 의상들로 중동, 영국, 이탈리아 등 바이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패션센터 공동관으로 참가한 (주)대경물산은 'K.D.C. 깜'과 함께 최근 런칭한 세컨 브랜드 'DE/BY, MAGGIO SABATO' 제품으로, 앙비숑패션은 한국 전통 문양을 살린 지역 소재로 만든 화려한 드레스들로 눈길을 끌었다.
(주)주경의 김광배 대표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공략과 내수 시장의 한계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지역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디자인력, 소재 등 모든 면에서 뒤지지 않는 지역 패션업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8년째 이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는 서울 디자이너 이상봉씨는 "파리는 패션의 중심지로 해외 수출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홍보 효과도 크다"며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잘 읽고 거기에 자신만의 독창성을 살린다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최태용 한국패션센터 이사장은 "해외 전시회에 보다 많은 지역 업체들이 개별 부스로 꾸준히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지역 브랜드의 힘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패션·섬유도시 대구의 대외 이미지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뉴욕, 도쿄에서 개최하는 프레타 포르테 전시회를 대구로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리·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사진: 내년 한불 수교 120주년을 앞두고 한복 특별전과 패션쇼가 공식 행사로 열려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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