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추석 분위기 썰렁

입력 2005-09-12 10:36:52

추석이 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침체로 민족의 대명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하다. 재래시장,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는 아직 매기가 거의 없고 택배업체도 예년보다 30%정도 물량이 줄어들었다.

더욱이 올 추석이 예년보다 1주일여 일찍 찾아오면서 햇과일 등 제수용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 차례상을 최소 비용으로 차리겠다는 가정도 늘고있다.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업체가 크게 줄어든 탓에 고향 부모님 뵙기를 미루겠다는 이들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11일 오후 1시쯤 대구 칠성시장. 추석 장을 보러온 주부들의 발길이 예년보다 훨씬 적다는게 상인들의 한결같은 얘기였다. 시장상인 김정자(58·여)씨는 "아직 때는 좀 이르지만 예년과 달리 '대목' 분위기를 크게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전국 면단위 재래시장 가운데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는 의성군 안계 5일장에서도 대목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어물전 주인 김모(55)씨는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어 평일 보다도 장사가 못하다"고 넋두리를 했다.

포항 죽도시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여서 1천여개 점포는 평일이나 다름없는 조용한 모습이었다. 시장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의류점포들은 추석 경기가 아예 없고 태풍 영향으로 생선 값이 오른 어시장도 대목재미를 전혀 못보고 있다"고 전했다.

추석선물 특판에 들어간 백화점, 할인점 등에서도 특수는 사라진 듯한 분위기. 한 백화점 관계자는 "추석이 빨리 온데다 여름 휴가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명절 분위기가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업체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 대한통운 택배 관계자는 "추석 선물은 현재 전체 물량의 10%미만에 그치고 있다"며 "예년 이맘 때만 해도 눈코 뜰새없이 바빴지만 올해는 좀 덜 바쁘다"고 했다.

대구·경북지역의 6천500여명의 근로자들이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지역 업체들의 추석 상여금도 예년에 비해 낮아졌다. 성서공단 입주 업체의 올해 추석 상여금 지급률은 80%를 겨우 넘어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업체 중에서 기본급 대비 100%의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전체의 30%에도 못 미쳤다.

김성우(39·자동차부품업)씨는 "매년 부모님께 선물 하나씩은 드렸는데 올해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으로 간단한 가족 선물만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과, 배 등의 과일값이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올라 주부들도 근심이 가득하다. 최주희(36·여)씨는 "물가가 며칠 전에 비해 두배 가까이 오른 느낌"이라며 "예전 같으면 사과를 한 박스씩 샀는데 지금은 낱개로 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의성·이희대 포항·이상원·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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