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대구사랑나눔장터에 가보자

입력 2005-09-10 10:05:42

금요일에는 두류공원에 가보자. 늘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금요일에는 사람냄새가 가득한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알뜰장터가 열린다. 벌써 7년째다. 하반기 첫 개장날인 지난 2일, '대구사랑나눔장터'를 찾았다.

낮 12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앞. 막바지 무더위만큼이나 장터는 사람들의 열기로 들끓는다. 매주 금요일 한차례 열리는 임시장이라지만 여느 상설 시장 못지 않게 '사람 반, 물건 반'이다. 길섶에 쭉 늘어선 임시 가게들과 사람들 행렬,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흥정과 호객 행위는 나른한 오후가 무색할 정도로 왁자하다.

한쪽에서 들려오는 정겨운 트로트 소리에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있다. "모자 3개에 단돈 1천 원."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장삿꾼 이모(52·서구 비산동)씨가 목청을 높인다. 앰프로 터져나오는 트로트로 일단 행인들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 이곳 소문을 듣고 집에 방치해놓았던 모자들을 처분하기 위해 나왔다는 이씨는 "3개에 1천 원이면 그저 아닙니꺼"라며 바쁘게 돈뭉치를 챙긴다. 어림잡아 5만 원은 족히 넘어보였지만 "얼마 못 팔았어요"라며 엄살을 떤다.

옷을 파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와중에도 시장통답게 진기한 물품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최기분(56·여·서구 평리동)씨도 그들 중 한명. 전국 각지의 시골을 다니며 골동품 가게에서 구했다는 최씨는 요강, 풍로, 놋그릇 등 요즘은 만나기가 쉽지 않은 물건들을 한가득 전시해놓았다. 최씨는 "그냥 신기해서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요즘 워낙 불경기라 이런 거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예"라며 푸념이다.

다른 한쪽을 꿰차고 있는 곤충 모형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엄마들의 인기 코너. 유모차에 앉은 아이에게 이것저것 장난감을 갖다대자 아이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이미정(31·여·달서구 성당1동)씨는 모형을 본 아이의 함박웃음을 외면 못하고 잠자리, 개구리 모형 등을 즉석에서 산다. 곤충 모형을 파는 유학봉(57·중구 남산2동)씨는 모두 하나하나 흙을 이용해 직접 손으로 빚었다고.

각종 가정용 재활용품들도 알뜰장터에서 빼놓을 수 없다. 카세트, 카메라, 전화기, 헤어드라이기, CD플레이어 등 가전제품은 물론, 시계, 007 가방, 앨범, 믹서기, 신발 등 거의 만물상이라 할 만큼 없는게 없다. 김모(44·달서구 성당동)씨는 대구 시내 아파트를 다 돌아다니면서 각 가정에서 쓰다 버린 제품들을 아파트 경비에게 돈 좀 주고 사왔단다. 가격은 시중 제품보다 20% 정도. 김씨는 "손 좀 보고 깨끗하게 닦은 뒤 내놓은 거라 작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라며 안심하란다. 물건을 판지 3시간 정도지만 벌써 수십만원치를 팔았다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파는 쪽 못지 않게 사는 사람들도 가지가지. 아이의 손을 잡고 장터를 들른 이순옥(35·여·서구 평리동)씨는 택시를 타고 이곳에 매주 올 만큼 열성적이다. 이날 아이 면티, 청바지, 실로폰 등 1만4천 원어치를 샀다는 이씨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깨끗하고 대체로 실해서 만족해요"라며 새 것 못지 않단다. 시아버지,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창숙(31·여·달서구 두류1동)씨는 매일 운동도 하면서 틈틈이 장터도 들러 물건도 산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 중에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장사보다는 체험을 목적으로 나온 열혈 청년들. 대학생 박민진(19·여·수성구 황금동)·이승연(20·여·수성구 황금동)씨는 자신들이 쓰지 않는 CD나 책, 학용품 등을 몽땅 갖고 나왔다. 박씨는 인터넷에 중고장터가 없나 검색하다 이곳을 찾았다고. 용돈도 벌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 체험하러 나왔다는 이들은 벌써 6만 원어치 넘게 팔았다며 자랑한다.

자원봉사자들도 이곳 장터의 터줏대감들이다. 장터 입구에서 열심히 재봉틀을 돌리는 김경희(46·여·동구 지저동)씨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수선을 하는 자원봉사자. 김씨는 "작은 거라도 남한테 도움이 되는 걸 보면 무척 뿌듯하죠"라며 미소짓는다. 다른 쪽에서는 회원들로부터 기부받은 옷이나 가방, 벨트 등을 팔아 홀몸노인들을 돕겠다고 나선 달구벌 봉사단 아줌마들도 볼 수 있다.

대구 YWCA 최윤정(36·여) 부장은 "여기에 오면 누구나 팔고 살 수 있어요. 또 재활용품에 대한 거부감도 없애고 아이들의 교육에도 유익하죠"라며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의 더 많은 참여를 바랐다. 이 알뜰장터는 11월4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 10~오후 5시에 열린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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