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전통 풍속 중 '두레'가 있다. 이 두레는 농촌사회에서 혼자 하기 힘든 농사일이나 마을제사 등을 협력해 마을 사람들이 해내었던 마을단위의 민간공동체였다. 두레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전통적으로 '나'보다 '우리'를 중시하는 민족이었다. 하지만, 산업사회·정보화사회에서의 개인주의를 이기주의로 잘못 수용함으로써,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제도는 지방자치제와 복수정당제이다. 10여 년 전에 시행한 지방자치제의 부작용 중 하나인 지역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공공시설 건설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은 두레의 정신을 본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역이기주의에 관한 용어로 '님비'(Not In My Back Yard)와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가 있다. 님비는 공익시설 등이 혐오스러워 '우리 집 뒷마당에는 시설물을 유치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핌피는 '우리 집 앞 마당에 유익시설이나 혐오시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의미로 쓰인다.
최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장 유치 과정에서 지자체 간 과열 경쟁과 주민 간 찬·반 대립 양상이 나타고 있다. 우리의 생활권인 경북 동해안의 경주, 포항, 영덕지역에 님비현상과 핌피현상이 공존하는 가운데, 이제 국민은 지역주민들의 원만한 의사결정과 사업완수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민주주의 국가는 '나만은 있을 수도 없고, 공동체의 상호존중과 조화에 의해서만 지탱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현안에서도 우리 선조들의 두레정신을 살려 지자체 간, 주민 간 갈등을 화합의 장으로 이뤄내고, 국책사업 수행의 새로운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지역에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장 사업이 원활하게 마무리돼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를 빈다.
이택운 영남이공대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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