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A씨는 등산 마니아다. 고교시절부터 합기도로 몸을 다져온 A씨는 배에 임금왕(王)자가 새겨져 있을 정도로 군살 없는 몸매를 자랑한다. 일요일이면 산악회 등산을 빠지지 않는 A씨에게 문제가 생겼다. 산을 내려올 때 오른쪽 발목 바깥쪽이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발을 헛디뎌 접지르는 일도 잦아졌다. 스포츠클리닉을 찾은 A씨에게 문제의 근원이 발목에 있는 것이 아니라 허리에 있다는 뜻밖의 평가가 내려졌다. 오른쪽 횡복근의 수축력이 떨어지면서 골반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돼고 발을 디딜 때 발바닥을 지나는 무게 중심선이 정상보다 바깥으로 만들어져 발을 접지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활동량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등산은 아주 좋은 운동이다. 등산은 다리와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또 신진대사를 향상시키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만점이다. 그러나 무리한 등산은 여러 가지 부상을 불러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평소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복부 비만이 있는 사람들은 산행을 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행중이나 산행을 마친 다음 일어나는 돌연사는 대개 심혈관질환 때문이다. 가파른 산길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올라야 운동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의학적인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일정 정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은 혈중 젖산 농도만 올려 피로감을 줄뿐 운동효과는 적다. 따라서 산을 오를 때는 맥박수의 변화에 따라 속도나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등산을 하다 숨이 차면 앉아 쉬면서 맥박을 재 본다. 개인차가 있지만 40대는 분당 심박수가 160박, 50대는 155박, 60대는 150박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주관적인 운동강도도 중요하다. '약간 힘들다'는 정도로 산을 올라도 충분한 운동효과를 거둘 수 있다. 평상시에는 이상이 없지만 산을 오를 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조이는 느낌이 들거나, 통증이 느껴지면 협심증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산행을 중단하고 전문의를 찾아 심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산을 오를 때가 내려갈 때보다 힘든데도 '내려 갈 때를 조심하라'는 경구가 있다. 힘은 덜 들겠지만 내려가는 길에 발목 무릎 허리를 다칠 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골격계를 다칠 위험은 사람마다 다르다. 골반이 한쪽으로 회전돼 있는 등 몸의 좌우 균형이 맞지 않으면 다칠 위험이 매우 높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생체역학적인 문제(biomechanical problem)라고 한다. A씨처럼 튼튼한 근육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생체역학적으로 문제를 갖고 있으면 잘 다치게 되는 것이다. 생체역학적 문제는 전문가의 평가와 개인에 맞는 운동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종균(운동사 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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