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남녀간 복수 스타일 달라"

입력 2005-09-07 07:55:36

'남성은 즉흥적, 여성은 계획적인 복수를 꿈꾼다'

새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들고 제 6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참가중인 박찬욱 영화감독이 6일자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남성과 여성간 복수 스타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박 감독은 '금자는 복수를 사전에 치밀히 계획하고 냉정한 모습이었지만 전작(前作) 주인공들은 별로 용의주도하지 못했다'라는 지적에 대해 "그들은 짐승처럼 잔인하게 복수하려고만 한 남성들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금자는 아주 세세한 것까지 모든 것들을 고려하는 스타일이라 그녀의 (복수)행동은 우아하고 고결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면서 "그녀는 (적을 죽인뒤) 분노가 남아있더라도 시체의 나머지 부분에 결코 칼질을 해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이렇기 때문에 금자씨의 복수 스타일이 내게는 훨씬 공감이 간다"면서 '친절한 금자씨' 주인공(여성)이 '올드보이' 주인공(남성) 보다 이성적인 복수를 했음을 시사했다.

박 감독은 또 영화가 특정 종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는 않으며 주인공은 자신만의 종교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자는 다른 종교인들처럼 죄를 짓고 속죄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개인 종교인 만큼 신을 설득해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으며 단지 내적인 평정을 찾으면 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이 영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미국 문화와 전통, 감정이 한국에 이입되기는 어렵다"면서 "단지 크리스티 추리소설에서 모티브를 차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연말 올드보이가 상영돼 큰 호평을 받았으며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氏에 대한 동감'이라는 러시아 제목으로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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