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대구인가?"
목욕탕 폭발사고로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2일, 매일신문 홈페이지에는 외지인인 듯한 네티즌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대구는 저주받은 도시가 분명하네요. 대형사고만 터지니…." "대구는 살 곳이 못됩니다. 부산으로 피신하세요." "대구는 희망없는 사고도시네요."
1995년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2003년 지하철 중앙로역 참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는 대개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 네티즌은 "다른 지역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사고인데 자꾸 대구를 비하하지 말자. 사고 비율은 대구나 타지역이나 비슷하다"고 항변했다. 그의 답변에는 애향심이 가득 묻어 있었지만 사고의 본질을 제대로 전달한 것인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솔직히 기자도 지긋지긋하다는 생각밖에 없다. 대구에서는 어찌 이리 사람 목숨이 가벼울 수 있다는 말인가.
사고가 날 때마다 한쪽에서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안전불감증' '재발방지'의 목소리가 높은 것을 하루 이틀 봐 온 장면이 아니다. 시민들의 분노, 외지인들의 측은한 시선은 물론이고 신문의 논조까지도 그때와 비슷하다. 오죽하면 대구의 사회부 기자들은 아무리 큰 대형사고가 터지더라도 취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할까.
5일 대구시청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주말에 비상근무를 한 이들이나 월요일 처음 출근하는 이들도 폭발 사고에 대해 말을 아꼈다. 대구시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시민들을 의식한 탓일 것이다.
한 간부는 "대구시에 큰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억울하다"면서 "대구시에서 관리하는 건물에서 일어난 사고도 아니고 수습의 주체도 수성구청"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최근 인천, 울산 등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 중 수긍할 만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수많은 사고를 겪고 숱한 눈물을 뿌려온 시민들의 정서를 볼 때 대구시가 책임을 벗어 던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수십'수백 년간 지켜온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다. 자신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곳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인간의 기본욕구다. 모자라는 것은 채우고 구멍난 곳은 메워가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다시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도시 대구'의 미래를 한번 그려보자. 희망을 버리지 말자.
박병선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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