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대구 EXCO에서는 국제소방방재안전엑스포(Fire EXPO 2005)가 열렸다. 9만여 명이 참관해 2001년 개관 이래 최다 인파를 기록했다. 이 행사기간 중에는 소방방재 학술대회를 비롯하여 시민들의 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한 119 체험 행사, 일일시범 훈련 등 다채로운 행사가 있었다. 유난히도 대형사고가 많았던 대구에서 열린 반가운 행사인지라 학생들에게도 참가를 권유했고, 답사 보고서도 제출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멋진 행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수성구에서 대형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건물 지하실에 있는 유증기 폭발 때문으로 추정되는 이번 화재사고는 목욕탕과 헬스클럽 등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다중시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적지 않은 인명 피해를 가져 왔다. 대구는 지난 지하철 화재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후진국형 재난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필자는 지난 4월 28일부터 1주일간 대구시에서 근무하는 민간경비업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재난관리 의식을 설문 조사한 적이 있다. 여기서, 민간경비원들은 대구시의 각종 인적 재난의 발생 가능성에 대하여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체 응답자의 54.1%가 응답하였고, '반드시 또 발생할 것이다'도 22.2%가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재난발생에 대한 두려움을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또한, 향후 발생가능성이 있는 재난유형으로는 '가스폭발 사고'가 전체 응답자의 32.4%, '지하철 관련 사고'가 22.2%, '대형건물 화재사고'가 15.5%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과거에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또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현대 도시는 고도화'고밀도화'다기능화함에 따라서 각종 재난에 취약해지고 있고, 재난이 발생하면 파급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발생한 재난사고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재난의 발생양상이 점차 다양화'대형화되고 있고, 재난발생이 도발적'가변적이어서 불확실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난사고에 대하여 대응해야 하는 시간이 극히 짧아져서 재난관리를 위한 평상시 예방시스템의 확립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에 발생한 재난사고들로부터 효율적인 위기관리 학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미나도 하고, 연찬회도 하고, 엑스포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과정을 통하여 보다 탄탄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짜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행정당국은 관내에 있는 위험 다중시설들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실시하고, 관계 기관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위기관리 네트워크를 구성하여야 한다. 아울러,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재난대비 가상 훈련을 실시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험문제에 대한 사고와 발상의 획기적인 전환이다. 우선 위험문제는 산업사회'기술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구조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들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사고와 대응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여야 한다. 안전관리를 위한 부족한 행정인력과 예산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시 한번 총체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 대구는 국제육상경기대회를 개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또 지하철 2호선이 곧 개통될 예정이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각종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지하철 2호선 시운전 과정에서 몇 가지 안전상 문제점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불안감을 표현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금 대구시민들은 '안전한 도시'를 원한다. 이러한 안전한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인 '혁신도시'도 결국에는 안전한 도시를 의미한다.
박동균(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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