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억누르는 가장 큰 짐은 바로 '공부'의 압박이다. 하지만 공부가 괴로움이 아니라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학생들도 있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에 맛들이다보니 학문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는 학생들. 대구과학고 심범석(3년), 김병길(3년), 조강원(2년) 학생은 공부의 재미에 빠져 이미 세계를 제패하는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올해 세계 물리·화학·정보 올림피아드에서 금상과 은상을 거머쥔 것. 이들을 만나 무엇이 이들을 그만큼 공부에 매달리게 했는지를 들었다.
▲목표가 분명해야
목표가 분명하면 사람은 가진 능력 이상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가야할 곳을 정해 둔 만큼 간절히 원하게 되고 그 곳에 다다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게 된다. 물리 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한 심범석 군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물리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앞으로도 이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막연하게 공부에 매달리기보다는 단기·장기 목표를 정해 두고 하나하나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돼 위대한 연구 업적을 세우는 큰 목표를 마음속 깊숙한 곳에 담아 둔 채 '올림피아드 제패'라는 목표를 향해 고교 3년을 끊임없이 내달렸다.
조강원 군도 마찬가지다. 조군이 처음 컴퓨터를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때. 그때부터 만물박사처럼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컴퓨터의 매력에 푹 빠져들어 지금도 매일같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꿈을 꾸고 산다.
김병길 군은 "학교 수업만으로는 올림피아드 출전 준비를 할 수 없어 자율학습 시간은 물론이고 매일 밤 혼자 대학 과정의 화학책을 들여다보며 준비해왔다"며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이었지만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놀때도, 공부할 때도 최선을 다해서
그렇다고 늘 공부에만 매달려 사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여가 시간은 오히려 공부에 힘이 된다. 잘 노는 학생이 공부도 잘 하는 것은 분명한 일. 세 명의 학생들은 노는데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프로그램 연구에 빠져 살지만 조군은 게임에도 귀재. 또 김 군은 빠듯한 기숙사 생활 속에서도 주말이 되면 한달에 한두 번은 영화를 챙겨 볼 정도의 영화광이다. 심 군 역시 노는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 이들은 "남들이 밥먹을 때 책 보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6, 7시간의 수면 시간은 꼭 유지하고 친구들과의 놀이에도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여기에는 지켜야 할 원칙이 하나 있다.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지킨다는 것. 심 군은 "자신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어 너무 빠져들지 않는 수준에서 취미와 여가를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한발 앞서 준비하라
김병길 군은 1학기 수시 지원을 마치고는 토플 준비에 빠져들었다. 일단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훗날 해외 유학을 위해 미리 영어 실력을 쌓아두려는 것. 김 군은 "닥쳐서 시작하면 늦을 것 같아 일찍부터 준비를 시작했다"며 "꿈이 분명한 만큼 남들보다 한발 앞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조강원 군은 2학년 조기 졸업과 내년 올림피아드를 놓고 신중을 기하고 있다. 남들보다 1년을 앞서 대학에 진학하고픈 생각이지만 올해 은상에 그친 정보 올림피아드에 다시 한 번 도전해 금상을 수상하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기도 쉽잖아서다.
이들이 늘 준비하는 삶을 사는데는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공부가 지겹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벽에 부딪히고, 힘들 때가 없다면 거짓말 아니겠냐"며 "그래도 기쁨과 즐거움을 줄 때가 훨씬 많아 공부에 매달릴 수 밖에 없게 만든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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