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체험도 하고 농산물도 싸게 구매
2일 낮 경북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의 한 고추밭. 30℃가 넘는 늦더위와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부 40여 명이 고추를 따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확에 나선 지 10분도 되지 않아 주부들 얼굴, 팔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이날 고추수확 봉사에 나선 주부들은 대구시 북구 칠곡 한양산호아파트, 보성서한아파트 부녀회 회원들. 작년 농협 대구지역본부 주선으로 도곡리, 영양 '그대로 고추작목반'과 각각 자매결연한 부녀회원들은 고추 딸 일손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김복순(40) 한양산호아파트 부녀회장은 "제때 일손을 구하지 못해 고통을 당하는 농민을 돕고, 고추도 싸게 사기 위해 왔다"며 "어려운 농촌을 돕는 데 작은 도움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은옥(55) 보성서한아파트 부녀회장도 "뙤약볕 아래 고추를 따다 보니 금세 온몸이 땀에 젖었지만 농민들을 돕는다는 마음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정재은 '그대로 고추작목반' 반장은 "일손이 없어 수확시기를 놓쳐 발만 굴렀는데 농민 두 사람이 나흘에 걸쳐 할 일을 주부들이 대신해 줘 고맙다"고 했다.
고추수확 봉사를 마친 부녀회원들은 이날 작목반을 통해 현지에서 고추 200근을 구매했다. 적게는 5근에서 많게는 30근까지 시중보다 20~30% 싸게 샀다. 박영웅 영양농협 조합장은 "농민들은 일손을 얻고, 농산물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도시민들은 농촌체험 및 양질의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유 픽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도시민들이 농촌을 찾아 농사체험을 하고, 현지에서 농산물을 직접 구매도 하는 '유 픽(U-Pick·Pick Your Own)'이 새로운 봉사 및 농산물 유통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4년부터 농협 주도로 본격화했으며 동아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속속 참여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대구농협 주관 행사로는 지난달 안심 아름다운 나날 3단지 부녀회원들이 의성에서 사과 수확체험 및 아파트 직판행사를 가진 것을 비롯해 아파트부녀회, 바르게살기협의회, 농협직원 가족 등이 양파, 마늘, 호박, 포도를 대상으로 한 유 픽 행사에 참여한 것 등이 있다.
또 대구시 달서구 대곡2·5·8단지 아파트부녀회는 최근 자매결연마을인 김천시 대항면 왕대신평마을에서 생산한 포도를 가져와 농협 대곡지점 앞에서 직판활동을 벌였다. 대곡 5단지 한실들아파트 김육단 부녀회장은 "농촌이 건강해야 도시민 먹을거리가 안전하다"며 "앞으로도 농촌이 잘살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했다.
동아백화점도 소비자들이 직접 농장이나 공장 등 생산지를 둘러보고, 싸게 상품을 구매하는 유 픽의 일종인 체험마케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최근 실시한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마을 체험행사엔 40여 명이 참석해 된장과 고추장, 간장 담그는 비법을 배우고 된장 등을 구매했다. 매월 약 3회 이상의 체험마케팅에 연간 참여고객만 1천600여 명에 이른다고 백화점 측은 말했다.
대구농협은 본격적인 추수철을 맞아 농협과 거래하는 우수고객, 자매결연단체 등을 통해 올 연말까지 40여 회의 유 픽 행사를 가질 계획. 전홍기 본부장은 "우리 농산물의 강점인 품질 우수성과 안전성을 도시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유 픽을 더욱 확대해 도농 상생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사진: 도시 소비자들이 농촌을 찾아 농산물을 수확해주고 구매도 하는'유 픽'이 새로운 봉사 및 유통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 한 고추밭에서 고추 수확을 하고 있는 대구시 북구 칠곡지역 아파트부녀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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