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가 확! 달라졌어요'
11개 동 2천364가구가 모여사는 대구의 대표적 서민 아파트. 5일 찾아간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월성주공아파트 2단지는 활기가 넘쳤다.
입구 양측 도로는 꽃길로 가꿔지고, 양편 화단은 제법 운치있는 자연석들로 꾸며지고 있었다. 황량했던 벽면도 바닷가 풍경에 갈매기가 날고, 울창한 숲에서 사슴들이 뛰노는 화사한 벽화로 장식됐다.
휴식 및 레저시설들도 속속 들어선다. 인라인스케이트장, 게이트볼 경기장, 배드민턴 경기장, 민속테마공간, 대형 꽃탑 및 시계탑, 습지원 등.
주민들도 기대어린 눈길로 바라본다. 이영화(65) 할머니는 "더럽고 칙칙하던 단지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이웃들의 마음도 그만큼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주거환경 개선사업의 정식 이름은 '커뮤니티(community) 사업'. 주택관리공단이 매년 전국 아파트단지 중 1, 2곳을 선정하는데 올해 월성주공 2단지가 선정됐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꾸몄다. 결국 올해 전국에서 한 곳만 선정하는 커뮤니티 사업에 당당히 선정된 것.
하지만 지난 3월 처음 사업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주민들의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라면이나 사줄 것이지', '쓸데없는데 돈을 쏟아붓는다'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될수록 주민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단지 환경이 바뀌어서만은 아니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열성이 있었다. 휴가도 반납한 채 매일 늦게 퇴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다. 예산이 넉넉지 않아 꽃길 조성, 페인트칠, 테마공간 만들기 등을 직원이 직접 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주민들의 마음에 변화가 일었다. 주민들이 직원들에게 수고한다며 인사말을 건네기 시작했고, 동대표들도 도울 일이 없느냐며 나섰다.
사업 시작 초기 가장 어려운 문제중 하나는 수천t에 이르는 쓰레기와의 전쟁. 단지내 빈 공간마다 이사갈 때 버리고 간 가구며 폐전자제품이 가득했다. 공터에는 각종 오물이 겹겹히 쌓인 채 화단 흙에 덮혀있었다. 쓰레기 처리비용만 수천만 원. "치우는 과정은 끔찍할 정도였다"고 한 직원이 털어놨다. 하지만 없어진 쓰레기만큼 주민 마음 속에 드리워진 그늘도 차츰 걷혀갔다.
월성주공 2단지 김기태 관리사무소장은 "경제적 여건이 어렵다고해서 편견을 갖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힘들게 시작한 사업이니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또 주변 환경이 변한 만큼 주민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10억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다음 달 중순쯤 끝날 예정이다. 월성주공 2단지는 10월 다시 태어난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