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제작비 2천억원 시대

입력 2005-09-06 07:55:50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지난 90년대가 제작비 1억달러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제작비 2억달러 시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재 제작이 진행중인 영화 '돌아온 슈퍼맨'의 예산이 2억달러(한화 약 2천48억원)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총 제작비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일급비밀처럼 쉬쉬하는 사항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상 처음으로 순제작비 1억달러(한화 약 1천24억원)을 넘어선 영화는 90년 개봉된 '터미네이터2'이다.

이후 95년 케빈 코스트너의 야심작 '워터월드'가 무려 1억6천만달러의 제작비를 쏟아붓고도 흥행에서 참패해 초대형 액션영화의 시장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97년 '타이타닉'이 사상 최고의 흥행성적인 19억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할리우드에 초대형 블록버스터 바람을 몰고 왔다. 그리고 불과 10여년만에 제작비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돌아온 슈퍼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최근 버라이어티지에 영화 제작비가 거의 2억5천만달러에 이른다고 시인했다. 버라이어티지는 '돌아온 슈퍼맨' 외에도 디즈니의 '캐리비언의 해적2', 파라마운트의 '미션 임파서블3', 콜럼비아의 '스파이더맨 3', 유니버설의 '킹콩'과 워너브라더스의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과 '포세이든의 모험' 등 대형 블록버스터들의 예산이 2억달러를 넘거나 그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억달러를 들인 영화들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릴 경우에는 2억달러의 투자도 건전한 투자가 된다. 제작비 2억달러에 마케팅 비용 1억달러를 사용한다고 쳐도 세계적으로 4억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고, 비디오 및 DVD 시장에서 1억달러, 전세계 TV판권으로 1억달러를 벌어들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도박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대박을 터뜨리는 영화가 일년에 몇편 안된다는 점. 지난해 총흥행수입 4억달러를 넘어선 영화는 8편에 불과했고, 올해도 지금까지 스필버그의 '우주의 전쟁'을 포함해 4편만이 4억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올렸다. 게다가 극장입장권 판매 수입보다 더 큰 시장으로 간주되어온 DVD시장이 최근들어 예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더이상 보여주고 있지 않은 것도 스튜디오들을 압박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처럼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갈수록 높아지는 특수효과 기술 비용 때문.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경우, 총 제작비의 40% 이상이 컴퓨터 특수효과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제작비 상승은 또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중,저예산의 진지한 드라마 제작을 줄여야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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