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달변·朴대표 간결화법 대결 관심

입력 2005-09-05 09:28:39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단독대좌를 앞두고 두 사람이 성장 및 정치적 배경만큼 대화스타일 및 화법에 있어서도 뚜렷한 대조를 이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전적 화술이 특징인 노 대통령이 상대의 카운트블로를 두려워하지 않고 바짝 파고드는 인파이터라면,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의 논스톱 설득펀치를 피해가면서 착실히 포인트를 쌓아가는 아웃복서로 비유될 수 있을 것 같다.

◇노 대통령

가장 큰 강점은 탄탄하고 막힘없는 논리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상대를 설득한다는 점. 많은 말을 하면서도 그 내용을 잘 소화해내기까지 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이다.

때로는 과도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솔직한 어법과 현란한 비유법은 변호사출신인 노 대통령 언어구사력의 특장으로 꼽힌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글보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말을 할 때 호소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한 후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을 이해하겠다", "말을 정말 잘한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라고 '설득'된 듯한 말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박 대표와의 회동 때 이런 대통령의 장점이 작동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하지만 '노무현식 어법'에 종종 등장하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표현은 말의 취지를 흐리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연정과 관련해 "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하겠다"는 말과 '임기단축' 언급도 연정의 절실함을 강조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으나,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 놓은 측면이 없지 않다.

◇박 대표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지 않고 절제된 언어와 자제된 행동으로 대화에 임하며 원칙에 대해선 흔들림없이 비타협적으로 관철시키는 집요함이 있다.

당 일각에선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의 화려한 말솜씨에 말려드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박 대표 주변에선 "'내공'에선 박 대표가 한 수 위"라며 자신했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말기에 사실상 퍼스트레이디를 '대행'한 탓인지 즉흥연설보다 준비된 말을 중시한다. 당내 회의에서도 발언요지를 적은 메모용 수첩을 손에 꼭 쥐고 참석, '수첩공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정확한 단어를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감정에 치우침없이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전달해 의미전달이 탁월하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박 대표의 '특급 병기'는 아무리 대화가 길어져도 전혀 흐트러짐없는 자세. 허리를 곧추 세운 채 얼굴을 상대방에게 고정시키고 시선을 좌우로 15도 정도만 움직이며 상대방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모습은 어떤 말보다도 위압적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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