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심리학적 이건희 회장 연구

▨이건희 시대/강준만 지음/인물과 사상사 펴냄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삼성이 전방위 로비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삼성은 겉으로 보이는 깨끗한 기업 이미지와는 달리 그동안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의혹, 삼성차 채권단과의 삼성생명 주식처리 문제 등 여러가지 구설수에 올랐다.
이 책은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건희 회장을 화두로 삼고 있어 세간의 정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는 "삼성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이건희 모델이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의 이상적 표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델의 정체성을 따져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건희는 기존의 경영학적 분석 대상으로만 머무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적 분석 대상이 될 가치가 있는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건희는 어려서부터 특수한 환경에서 특수한 교육을 받고 자라난데다 특수한 성격까지 지녔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우리의 기존 지식으로는 파악이 잘 안되는 인물이라는 것. 저자는 지지와 반대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윈-윈할 수 있는 '블루 오션'(Blue Ocean·경쟁 없는 시장창출) 전략을 염두에 두면서 이건희와 이건희 시대를 살피고 있다.
또 삼성과 이건희가 구사하는 대국민 '레드 오션'(Red Ocean·투쟁이 지배하는 시장) 전략의 책임을 삼성과 이건희에게만 물을 수 없으며 불행했던 한국 현대사의 업보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과 이건희가 안고 있는 기만, 분열, 모순을 한국적 삶의 곳곳에 만연해 있는 삶의 법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저자는 균형 감각을 소중히 하며 기존의 사실들을 요리해 전혀 새로운 차원의 분석과 해석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역지사지' 원칙에 근거해 이건희와 삼성의 입장에서도 보고 반대자의 입장에서도 접근하고 있다. 이건희가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입체적 사고'에 의한 이해를 도모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이건희 시대가 갖는 의미를 사회와도 연결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이건희와 삼성을 다루고 있지만 한국사회 전반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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