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개헌론 확산

입력 2005-09-01 09:51:13

'대연정'을 위한 자신의 기득권 포기로 이어지던 노 대통령의 발언이 31일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는 것이 대안"이라는 것으로 이어지자 여.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최종 목표가 내각제 개헌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노 대통령과 중앙언론사 논설.해설위원 간담회가 끝난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는 방안'과 관련해 "개헌시기와 관련된 부분은 정치권에서 논의할 일"이라고 말해 개헌 공론화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잇따른 대통령의 폭탄발언에 어리둥절해하던 여.야 정치권도 이제는 개헌론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당장 열린우리당은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역구도 타파와 지나치게 경쟁적인 제도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손을 볼 때가 됐고, 자연스럽게 개헌논의로 연결이 될 수 있다"며 "여.야가 개헌논의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고 정봉주 의원도 "일본식 내각제냐, 영국식 내각제냐 차이가 있지만 결국 내각제 개헌론의 시기가 왔다"고 했다. 이같은 분위기와 함께 여당내 일부 의원들은 이미 구체적인 개헌안 연구에 착수하는 등 이번 정기국회 부터 개헌논의에 시동을 걸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박근혜 대표, 강재섭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1일 열린 당 상임운영위에서도 노 대통령 발언과 여권의 개헌논의에 일언반구를 하지 않았다. "개헌논의는 민생실종"이라고 이미 밝힌 박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는 예산국회인 만큼 경제살리기에 매진할 것"이라며 일체의 개헌논의에 반대했다. 강 원내대표도 "노 대통령이 계속 확성기를 동원해 정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데 일체의 대꾸를 않을 것"이라며 "특위를 통해 조용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지도부 분위기와 달리 내각제 개헌에 동조하는 당내 비주류 일부 세력과 소장파 의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전날 홍천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박형준 의원은 "연정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무시전략이 맞지만 여권이 연정 이후 선거구제, 개헌 이슈를 계속 들고 나올 때 한나라당이 계속 무시할 수 있겠느냐"며 개헌논의를 제안했고, 남경필 의원은 "국회에 개헌연구 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연정론을 통해 드라이브를 걸면 걸수록 야당 내부에서도 개헌논의가 시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정가의 관측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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