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육상선수권 화려한 개막…씁쓸한 뒷맛

입력 2005-09-01 07:54:38

'개폐회식에 들어간 돈만 30억원'

제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31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개회식과 함께 닻을 힘차게 올렸다.

식전행사, 공식행사, 식후행사, 특별 공연으로 나뉘어 약 3시간 동안 숨가쁘게 펼쳐진 이날 행사는 볼거리가 유난히 풍성했다.

수 백 명이 동원된 'Asian Synchronic'이란 퍼포먼스는 화려한 레이저 영상과 맞물려 일대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이돌스타' 동방신기는 경기장을 찾은 소녀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필 만큼 뛰어난 무대매너를 과시하며 관중들의 집중적인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초화화판 개회식과 4일 있을 예정인 폐회식에 들어간 돈은 무려 30억원.

이런 무리한 비용을 의식한 듯 조직위원회는 8만원(A석기준)이라는 사상 초유의 입장료를 책정하기도 했다.

정작 경기 입장료는 불과 2천원 인 것을 감안하면 개폐회식 입장료가 무려 40배나 고가인 셈이다.

그러나 이 돈을 모두 지급하고 들어온 관객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후문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유모(28)씨는 "초대장을 얻어서 여기에 왔다. 행사 취지가 좋긴 하지만 8만원을 다 내고 이런 공연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인 심모(18)양도 "포스터를 보고 여기에 그냥 왔었는데 경기장 앞에서 공짜표를 나눠줬다. 그래서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교편을 쥐고 있는 한모(41)씨도 "초대장을 받았다. 이런 좋은 구경을 시켜준 시에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거들었다.

물론 인천시와 대회조직위원회 측은 이런 '씀씀이'가 적정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벤치 마킹한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나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개.폐회식에 180여억원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조직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국제대회에서도 이 정도의 입장료는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과 같은 세계적인 육상제전에서는 개.폐회식 행사를 그리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다.

이달 초에 헬싱키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의 경우, 개막식은 약 1시간 가량만 열렸다.

식전행사와 같은 이벤트성 행사는 없었고 '볼거리'라고 한다면 간단한 레이저쇼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한 육상전문가에 따르면 "세계적 수준의 대회에서는 이벤트성 구경거리 보다는 경기 중심으로 육상의 묘미를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들은 경기와 관련없는 데 큰 돈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인천시와 조직위원회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육상 경기 그 자체 보다는 되레 '보여주기'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돈은 썼지만 제대로 쓰지도 못한 듯 하다. 행정적인 문제점이 곳곳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회식 시작 30분 전에야 대회 참가인원 파악이 겨우 끝났다. 처음에는 756명으로 발표했다가 다시 2시간 후에는 774명으로 정정했다. 부서간의 유기적 연결도 안 돼 기본적인 정보 제공도 안되고 있다.

물론 이번 대회가 인천시에는 상당히 중요하다.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에 나선 인천으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의 주요 스포츠 '거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속'은 돈을 낭비하는 '화려함'으로만 무장되는 것은 아니고 촘촘한 행정과 관중들을 배려하는 모습에서 우러나온다는 지적이 높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