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발자취 따라 생생한 詩체험

입력 2005-08-30 16:10:07

대구 북부도서관 청도·영천 시문학 기행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뿌려대던 지난 24일 대구 북부도서관에서는 늦여름 마지막 녹음을 만끽하며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 경북 청도와 영천 지역으로 시문학기행에 나섰다. 이번 시문학 기행에는 시인이자 청도 부군수인 황인동씨와 대구문인협회 박해수 시인이 함께 참가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들의 여정을 따라 시를 조금 더 가깝게 느끼는 법을 배워보자.

▲시문학 기행

'시사랑 운동'의 일환으로 실시된 이번 북부도서관의 시문학 기행은 경북 청도에 있는 이호우·이영도 오누이 시인의 생가와 시비를 청도 부군수인 황인동 시인과 함께 둘러보고, 영천 화산역 시비를 작가인 대구 문인협회 박해수 시인과 함께 살펴보는 코스로 진행됐다. 또 학생들을 위해 청도 동곡면 박곡리 '감꽃 피는 마을'에서 감을 이용한 천연염색과 떡메치기를 체험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시문학 기행에 참가한 이윤정(35·여)씨는 "틈만 나면 제멋대로 뜻도 모를 동시를 적는 쌍둥이 아들들에게 시가 무엇인지 느끼도록 해 주기 위해 참가했다"며 "시인과 함께 하며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시가 조금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엄마와 함께 시문학 기행에 참가한 김정혁(칠성초교 2년)군은 "시 감상은 좀 어려웠지만 천연염색을 직접 해보고 기차역을 돌아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시인의 생가와 시비를 둘러보는 행사를 마련한 것은 시를 조금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 기계적으로 읽고, 머리로만 이해하는 시가 아니라 직접 시의 소재가 됐던 현장을 둘러보고 시인이 자랐던 동네를 살펴봄으로써 몸과 마음으로 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화산역 시비를 찾아서

"백년의 사랑은 짧아도 백년의 기도는 길다/안식년을 넘어 바다를 넘고 산을 넘어 온/세월의 뒤안길은 길다 꽃 산을 넘어 온/저 백년의 이끼 낀 원두막 너머 원추리 꽃 주변에/원추리 꽃 눈물을 만지고 싶다 화산 역"(박해수 '화산역' 중)

"세월이 갈수록 간이역은 없어져 가겠지만 이런 간이역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인은 계속될 것이라는 마음을 읊었습니다." '화산역'의 박해수 시인의 설명에 '아!'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화산역은 고작 하루 4회 통근열차가 정차하는 조그만 시골 역으로 경북 영천 화산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세워져 있는 두 번째 간이역 시비를 찾아 시인과 함께 문학기행을 나선 북부도서관 주부 회원들은 작가의 설명에 화산역 대합실과 선로, 역 주변 곳곳을 돌아봤다. 시인이 시를 쓸 당시 느꼈던 감성을 조금이나마 더 공감하고자 여기저기 남아있는 흔적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작가의 설명은 너무 어려웠나보다. 연신 하품을 해대고 시비에 올라앉았다가 기댔다가 장난질만 하다 간이역에 기차가 멈춰 서자 신기한 듯 역 대합실 속으로 달려가 버렸다.

박 시인은 "아이들에게는 화산역 시를 이해하기보다 직접 역을 한번 둘러보고 '간이역'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소중한 시 감상"이라며 "이렇게 자꾸 시를 접하고, 둘러보다 보면 결국에는 그 시어가 아이들의 가슴 속에 배어들 것"이라고 했다.

▲선입견을 없애야

보통 많은 사람들은 시는 단지 어려운 것, 그리고 나와는 조금 동떨어진 세계로만 생각하기 쉽다. 국어 시험 중 시문학 영역을 가장 어렵게 느끼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이에 대해 박해수 시인은 "시를 외우라고 가르치는 현재의 국어 교육방식 때문에 오히려 시문학이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며 "한 편의 시를 외고 시어 속에 숨어있는 비유법 등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어오는 한두 줄이라도 제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꽃'이라는 김춘수 시인의 시에 대해서 현재 입시 교육에서는 하나의 정답만을 가르치고 있지만 작가 자신조차도 그 시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

박 시인은 "이번 시문학 기행과 같이 작가의 감정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시에 깔려 있는 정서적 배경을 느껴보면 시가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며 "앞산공원이나 달성공원, 고모역, 지천역 등을 찾아가 시비를 둘러보고 시를 읽은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시는 살아가는 이야기, 영혼과 마음의 소리를 압축해서 담고 있는 것입니다. 시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다가선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수험생들도 단지 시험 공부가 아니라 잠시의 휴식으로 생각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를 음미한다면 그다지 어렵지만은 않을 겁니다."

박 시인은 "시민들이 시에 더 친숙하게 다가서도록 하기 위해 시내 버스 승강장 200여 곳에 시 패널을 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1분만 발길을 멈추고 시를 음미하는 여유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북부도서관 시문학기행에 참가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영천 화산역에 세워진 시비를 작가와 함께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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