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추천 신간도서> 생각발전소/옌스 죈트겐 지음

입력 2005-08-30 16:10:56

왜 갑자기 논술인가? 컴퓨터 키보드로 단어를 치면 해답이 나오는 인터넷 시대에 느닷없이 논술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의 통합형 논술과 심층면접 등의 입시정책으로 모두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해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철학교육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해답을 찾아나가는 훈련을 통해 자신의 독창성을 기르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는 데 논술의 해법이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런 '논술'과 '철학' 교육은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속적인 생각의 습관을 만들어 놔야 가능하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 늦었다고 통탄하고 있지말고 여기 소개하는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일간지 철학 칼럼니스트인 옌스 죈트겐이 쓴 '생각발전소'는 딱딱한 철학서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례와 삽화를 곁들여 논리적으로 말하고 쓰는 '생각의 기술'이 읽힐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은 벌거벗고 다니면서 오히려 차려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불쌍해 하고, 인간관계를 혈연이니 결혼이니 하며 제도의 틀로 엮어 놓으니 온갖 문제가 생긴다며 자유를 설파하는 디오게네스의 모습에서 사고의 자유분방함과 창의적인 사고를 엿볼 수 있다. 또 두 명의 수도사이야기는 어떤가. 한 수도사는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워도 되느냐" 고 물었다가 크게 혼이 나지만 다른 수도사는 "담배 필 때 기도해도 되나요?"라고 물음으로써 정 반대의 효과를 이끌어 낸다.

이처럼 생각의 기술은 토론이 벌어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쓰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생각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단련하기 위해서 우리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재와 철학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사건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생각의 그물을 짤 수 있도록 해서 흥미진진하게 생각의 체계를 잡아갈 수 있는 스무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할 것 △논리적인 규칙을 어기지 말 것 △생각의 실험을 시도할 것 △정확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기를 것 △증거를 제시할 것 △원인을 찾는 일에 부지런할 것 △권위에 의존하지 말 것 △그릇된 맥락에 빠지지 말 것 △인용과 비유와 대조 그리고 패러디를 적절히 사용할 것 △조합의 방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 △자료를 열심히 수집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일 것 △상대의 논점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예민하게 감지할 것 △서두르지 말고 생각의 결실을 기다릴 것 △동일한 사태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볼 것 △상투적인 관점과는 다른 관점의 가능성을 열거해볼 것 △새로운 본보기를 통하여 기존의 정의에서 불충분한 점을 찾아낼 것 △기존의 용어나 개념을 새롭게 연결시켜볼 것 △ 사태를 뒤집어서 반대로 생각해볼 것 등이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철학에 쉽게 접근하도록 도와주는 저자의 추천도서 목록을 실어 청소년들에게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길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또 책 속에 소개된 인물, 문헌, 용어에 대한 색인을 통해 궁금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도 독자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노경자(대구공공도서관사서회)

▶그 외의 추천 도서관 신간도서

'그들의 세계는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 실비 플로리앙 푸유 지음, 문학동네(성장소설)

'옥수수빵파랑' 이우일 지음, 마음산책(에세이)

'깜' 이문영 지음, 주변인의길(전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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