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비슬산의 두 선사

입력 2005-08-30 16:16:03

얘야, 방학도 다 끝나가는구나. 처음 시작할 때에는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너무나도 짧은 것 같구나. 그렇지 않니?

참, 너 지난주에 캠프에 다녀왔는데 거기에서 좋은 친구를 사귀었을 줄 믿는다. 친구만큼 귀한 것이 도 어디에 있겠니? 친구는 평생의 재산이란다. 항상 좋은 친구를 사귀도록 해라.

저기 저 비슬산에는 그 옛날 친구를 아주 멋지게 사귄 두 분의 선사가 있었단다.

산이 깊으면 골짜기도 깊고, 골짜기가 깊으면 사람들도 절로 모여들게 되는 법인지, 저 비슬산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밭을 일구고 열매를 따먹으며 살아갔어.

천여 년 전 신라 때의 일이야. 도성(道成)이라는 선사가 있었는데 선사는 유가사를 창건하기에 앞서 바위 밑에 굴을 뚫고 그 곳에서 도를 닦았다고 해. 그래서 그 바위를 도통바위라고 한단다. 그리고 그 바위 밑에 지은 암자를 가리켜 후세 사람들이 도성암(道成庵)이라고 불렀고, 도성이라는 선사의 이름도 후세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지. 선사가 스스로 자기 이름을 '도를 이루었네'하고 '도성'이라고 지어서 부르지는 않았을 거야. 도성 선사는 매우 겸손한 분이셨거든.

이 도성 선사는 많은 일화를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관기(觀機) 선사와의 우정은 매우 감동적이야. 도성 선사는 가끔씩 명상에 잠기다가 친구가 보고 싶으면 관기 선사를 찾았지.

그 무렵 관기 선사는 비슬산 북쪽 기슭에 굴을 뚫고 도를 닦고 있었대.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먼 곳에 떨어져 살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서로 오고 간 방법이 매우 신비스러워.

먼저 도성 선사가 관기 선사를 부르면 모든 나무들이 남쪽 도성암 쪽으로 누웠다고 해. 그러면 관기 선사는 누운 나무를 타고 미끄러지듯 남쪽으로 순식간에 달려왔고…. 또 반대로 관기 선사가 도성 선사를 부르면 이번에는 모든 나무들이 북쪽으로 누웠기에 도성 선사도 역시 누운 나무를 타고 얼른 달려갈 수 있었다는 구나. 어때, 정말 신비스럽지 않니?

이것은 아마도 두 사람의 우정에 나무마저 감동하였거나, 아니면 두 사람의 도(道)가 너무 깊어 나무마저 뜻대로 부린 게 아닌가 해. 만약 나무들이 두 사람의 우정에 감동해 스스로 다리가 되기로 하고 누웠다면 이 산에 사는 모든 나무들도 도를 얻었음이 분명하고….

비슬산을 포산(苞山)이라고도 하는데, 이 이름에는 '나무가 산을 싸안고 있다'는 뜻도 들어있다는 구나.

우리는 이처럼 유서 깊은 산 둘레에 자리를 잡고 삶을 꾸려 가고 있어. 그런데도 허겁지겁 살아가느라 친구의 고마움을 잊어버리고 있을 때가 많지. 얘야, 너는 바쁠 때일수록 더욱 여가를 많이 만들어 친구들과 어울리며 살아가거라.

심후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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