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과 정서 그리고 괴짜

입력 2005-08-30 16: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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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인간의 지성적 영역보다는 정서적 영역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는 정서와 무의식을 인간 생명의 원동력으로 중시했다. 이와 같은 견해는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고 믿어온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개념을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연구는 단지 의식의 영역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주장한 점이 획기적인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프로이트가 내린 주된 결론의 하나는 무의식의 정신생활은 의식적인 정신생활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전 물리학에 따르면 우주의 법칙은 단순하며 대칭성을 가지고 있고 결정론적이다. 시계는 예측할 수 있는 일정한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전 물리학에서 우주의 상징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1920년대에 들어와서 과학계는 이 도식적인 우주관이 양자 역학에 의해 바뀌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전자의 영역에서 고전 물리학이 효력을 얻지 못하면서 우리는 불확실성의 세계를 새삼 주목하게 되었다.

'세계는 우발적이고, 혼돈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다. 물리학은 인문 과학처럼 우연의 총화가 된다. 물리학의 세계는 시계가 아니라 예상할 수 없는 혼돈이다'라고 벨기에의 과학자 일리아 프리고진은 주장한다. 그는 기상학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완벽한 관측기기를 가지면 일주일 후나 1개월 후의 일기 예보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기상관은 단 하루 앞의 날씨도 정확하게 예보하기가 어렵다. 기후는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기 예보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불확실성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 어느 한 곳에서의 극히 작은 변동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경에서 나비의 날갯짓으로 가벼운 미풍이 생기면 그 미세한 바람의 파장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는 허리케인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이러한 현상을 '나비의 효과'라고 불렀다.

다양한 괴짜가 존재하고, 그 괴짜의 목소리를 경청해 줄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을 가지고 있는 사회는 즐거운 일이 많이 일어나고 각박하지 않다. 괴짜의 상실, 이는 끝없이 합리성만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불행이다. 젊은 시절 누구나 괴짜가 되고 싶은 충동에 한번쯤 사로잡히게 된다. 이상한 몸짓, 괴상한 옷차림, 특이한 말버릇 등이 바로 그런 욕구를 반영한다. 남에게 즐거움과 신선한 충격을 주는 괴짜란 과연 어떤 것인가? 영어 단어 original은 '독창적인, 창의성이 풍부한, 새로운, 참신한' 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이다. 이 형용사의 명사형 originality 는 '독창성, 기발함' 외에도 '괴짜, 기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진정한 괴짜의 속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참다운 괴짜란 기존의 관습, 사고방식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이 갖고 있는 독창성과 천재성을 생활화하는 사람이다. 남다른 창의성과 기발함이 특이한 모습으로 나타날 때, 보통 사람들은 그를 주목하고 때로 박수갈채를 보내게 된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아이를 평가하려 한다. 아이의 무의식적 세계와 정서는 무시되고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또한 아이의 하루 생활은 시계처럼 계획된 대로 정확하게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행동은 때로 예측 불가능하다. 평소 모든 일에서 모범적인 아이가 나비의 날갯짓으로 생긴 미풍보다 더 미세한 우연적인 동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무의식의 세계가 무시되고, 시계와 같은 엄밀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다소 상식을 벗어난 엉뚱한 행동이 침묵 당하는 곳에서 개성과 창조란 있을 수 없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창의력 빈곤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부모는 자녀의 지적·정서적 생활과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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