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고모령(顧母嶺)

입력 2005-08-30 08:40:28

해방 후 한때 유행했던 '비 내리는 고모령'은 대구를 노래한 몇 안 되는 유행가다. 요즘 각 자치단체들은 앞다투어 자기 지역을 소재로 한 노래를 만들거나 TV드라마·영화 촬영장을 유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호동아가 가사를 쓰고 박시춘이 작곡해 가수 현인이 불렀던 '비 내리는 고모령'은 대구 시민들에게는 여간 고마운 노래가 아니다. 그러나 작사자가 밝혔듯 해방 후 가난을 면하기 위해 정든 고향과 자애로운 어머니와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가사를 쓴 것이 아니라, 경부선 열차를 타고 지나다가 역 이름을 보고 떠오른 영감을 노랫말로 적었을 뿐 거기에 물방앗간이 있는지 유래가 어떤지는 모른다고 했다.

더 아쉬운 점은 그동안 알려진 "동생과 형이 싸우는 것을 보고 실망한 어머니가 집을 떠나면서 고갯마루에서 돌아봐 돌아볼 고(顧), 어미 모(母)의 고모령이 되었다"는 설과 실제 주민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옛날 이 마을에 홀어머니를 모신 가난하지만 금실이 좋은 부부가 사내 아이 하나를 두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병석에 눕게 되자 효심이 지극한 부부는 정성을 다해 간병했으나 좀처럼 병세가 나아지지 않던 어느 날 스님이 아이를 삶아 어머니에게 드시게 하면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고민에 빠진 부부는 어머니는 돌아가시면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를 희생시키기로 하고 큰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기다렸다. 밖에서 놀다 돌아온 아이를 안고 끓는 가마솥에 넣으려는 찰나 아이가 힐끗 어미를 돌아보았으나 솥뚜껑을 닫고 한동안 멍한 마음으로 계속 불을 지피고 있는데 가마솥에 넣었던 아이가 '엄마'하면서 사립문을 열고 들어오자 깜짝 놀란 어미가 아이를 부둥켜안고 마을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한결같이 솥에 넣은 아이는 부부의 지극한 효심에 탄복해 하늘이 보낸 산삼이 천년을 묵어 아이로 환생한 동삼(童蔘)이라고 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동삼이 가마솥에 들어가기 전 어머니를 돌아본데서 '고모'가 유래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위치가 다른 곳에 노래비가 세워지고 젊은 부부의 지극한 효심에 대한 이야기도 점점 잊혀 가고 있으나, 다만 노래만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어 다행이다.

이정웅 달구벌얼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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