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정서 밴 老巨樹찾아 경북 전역 샅샅이 누볐지요"

입력 2005-08-26 16:37:42

박사학위 받은 장은재 사무관

"노거수에 대해 연구하면 할수록 식물자원으로서뿐만 아니라 민속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달 중순 '경상북도 노거수 식물자원에 대한 식생학적 연구' 논문을 낸 장은재(53·경북도청 사무관) 박사는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7년간 노거수를 찾아 경북 구석구석을 누볐다고 했다. 경영대학 석사 학위를 딴 장씨가 노거수를 주제로 한 논문을 쓰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이미 경북지역의 산하를 누벼 이를 책으로 펴낸 바 있는 그를 눈여겨 본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가 노거수 연구를 제안한 것. 장씨는 논문이 통과되기까지 7년간 휴일이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하루 16, 17곳의 마을을 찾아다녔다. 2천390그루 노거수 각각의 데이터를 입력하기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도 지인을 통해 개발했다.

"유독 유교문화가 발달한 영남지역에 노거수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노거수가 향토민의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앙의 대상으로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칠곡군 석적면의 회화나무 당산목 주변에는 높낮이가 다른 바위가 놓여져 있는데 향학열의 표본이었다는 것. "공부를 잘한 아이가 높은 바윗돌에 앉아 호령하며 놀았다고 하는데 이는 노거수가 얼마나 우리 정서에 녹아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장씨는 마을 주민들이 이들 노거수를 '신물'로 숭상하면서도 정작 보존방법에는 무지한 경우가 많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포항의 한 마을에 갔더니 느티나무 당산목을 보호한답시고 시멘트 담벼락을 둘러쳐 놨더라구요." 또 주민들이 그늘을 즐기기 위해 노거수 아래 시멘트를 깔아 숨통을 막아 놓은 곳도 많았다는 것. 자신의 설명을 들은 주민들이 이런 지장물을 철거했을 때가 가장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번에 나온 논문을 교수와 대학교재로 만드는 작업 중이다. 그는 "해가 갈수록 노거수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리작업과 보존대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