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물따라 아름다운 길...합천호 주변풍광

입력 2005-08-25 18:23:21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말복(14일)도 지나고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23일)도 지났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해졌다.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가을의 문턱인 9월이다.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인 합천엘 가봤다.

# 합천호 드라이브길

합천호는 대병면과 봉산면, 그리고 묘산면을 끼고 있는 호수. 깊은 협곡을 따라 이어진 댐으로 크고 광활한 멋은 없지만 드라이브코스로는 제법 멋스럽다.합천호 드라이브는 합천읍에서부터 시작된다. 벚나무100리길이 읍에서 시작되기 때문.

댐전망대를 지나면 호수가 펼쳐진다. 합천호 드라이브는 단순한 호반 도로에 그치지 않는다. 강변과 호수를 끼고 달리는가 하면 산허리를 감도는 고갯길도 이어지고 가파른 헤어핀 커브도 심심치 않게 만나므로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드라이브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차창으로 벚나무 잎사귀들이 손을 내민다. 비로 말끔히 먼지를 씻은 잎사귀가 싱그럽다. 끝없이 이어지는 가로수의 열병이 드라이브 길 내내 이어진다.

부암교에서 잠시 멈춘다. 다리 밑에선 낚시꾼이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다. 낚시야 어찌됐든 의자를 뒤로 젖히고 오수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한없이 부럽다. 이곳에선 호수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물에 잠긴 섬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

호수 후미진 곳을 이러저리 둘러보고는 남동쪽 길을 따라 댐쪽으로 향한다. 남동쪽 길은 지대가 낮아 호수가 더 잘 보인다. 하늘과 산, 물이 맞닿아 있다. 하늘과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호수에 내려앉았다. 물위에 한폭의 수채화가 그려진다. 하지만 그런 여유도 잠시, 잔잔한 호수 위로 수상스키와 모터보터가 요란한 소리를 지르며 물살을 가른다.

물길을 따라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지고 거기에 삐뚤삐뚤한 다랑논도 재미있다.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1시간은 족히 걸린다.

# 바람흔적미술관

합천군 가회면 한밭언덕 위에 다소곳이 자리잡은 '바람흔적미술관'. 빨간 2층 건물과 함께 널찍한 잔디밭, 그 위에 자리잡은 바람개비들이 이곳의 전부다. 바람이 지나는 자리에 만들어졌다는 바람흔적미술관은 '보이는 바람'을 만들어냈다. 바람개비 조형물들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위치를 바꾸며 바람이 부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앞마당에 22개의 바람개비가 '바람 흔적'이란 제목으로, 뒤 마당엔 '바람소리'란 제목으로 바람개비가 전시돼 있다.

바람 흔적미술관은 방문객 모두가 주인이다. 그래서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물론 주인은 있다. 그러나 주인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미술관인데도 관장은 물론 전시 기획자도 없다. 직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년 내내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곳이다.

1층 미술관은 도시의 화려한 갤러리보다 소박하다. 이 미술관은 대관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이든 단체든 누구나 신청하면 전시할 수 있다. 그러나 2010년 3월까지 전시일정이 잡혀있다. 현재 2005년 문화콘텐츠진흥원 지원작인 이소씨의 작품 30여점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차한잔을 마실 수 있는 '쉼터'가 마련돼 있다. 탁자 위 방명록에는 이곳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바람처럼 흔적들을 남겨놓았다. 차를 손수 타 먹고 돈은 탁자 가운에 놓인 절구통에 적당히 넣어두면 된다.

3층은 옥상이다. 처음에는 마당에 서있는 바람개비 찾아 아래로 내려다보지만 이내 모산재 비경에 시선을 빼앗겨 버린다. 또 시골들녘과 지붕 낮은 기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풍경에 한동안 취해 볼 수 있다.

미술관 전체가 바람과 흔적이라는 하나의 작품이다. 그 속에 머무르는 객들조차도 바람처럼 왔다가 흔적만을 남기고 떠나는 이곳의 일부분일 뿐. 바람 같은 미술관이다.

# 영화촬영장

합천댐 바로 아래 2만1천여평 규모의 영화촬영장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바람의 파이터', 그리고 현재 SBS 드라마 '패션 70'S '를 찍은 곳이다.

평양공회당과 야시장, 평양교회, 평양전화국, 평양병원 등 평양 시가지 건물 43동이 들어서 있다. 특수소품으로 탱크와 군용트럭, 장갑차 등도 전시돼 있다. 레일도 있고 기차도 있다. 기차 안 나무의자에 앉아 합천보조댐을 바라보는 경치가 그만이다.

영상홍보관에서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하루종일 상영되고 있다. 물론 무료이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 찾아가는 길

88고속도로- 합천해인사 IC- 합천읍-합천댐.

바람흔적미술관: 합천댐-대병면 회양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황매산 만남의 광장에서 우회전해 10여분 가면 미술관이 나온다.

◇ 맛집

합천댐 주위 대병면 회양 1리 면사무소 밑에 있는 '길목회 가든'은 민물고기로 유명한 식당이다. 붕어와 잉어찜, 그리고 각종 민물고기 매운탕이 주 메뉴다. 자연산 붕어와 팽이버섯, 무, 감자, 말린 우거지, 깻잎 등을 넣고 찐 붕어찜이 인기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한약재를 넣은 것이 특징. 잔뼈가 많아 먹기가 다소 성가시지만 자연산 붕어라 맛이 특별하다. 국물이 시원한 빠가사리 매운탕도 인기 메뉴다. 문의: 054)933-6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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