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실질적인 '닥터 K'

입력 2005-08-24 12:05:42

삼성의 대졸 우완 신인 오승환(24)이 채 1년도 지나기 전에 한국프로야구 최강 마무리로 우뚝 섰다.

오승환은 23일 대구 LG전에서 9-8로 앞선 9회 등판, 4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안타 한개를 내줬지만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는 괴력을 발휘하며 9세이브째를 따냈다.

첫타자 이병규를 헛스윙 삼진, 대타 박병호를 파울팁 삼진으로 잡은 그는 클리어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지만 박용택을 풀카운트 접전 끝에 가운데 빠르게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이날까지 그는 구원으로만 50경기에 등판, 81이닝을 던져 8승 1패 11홀드 9세이브의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7월 30일 잠실 두산전 이후 9경기 연속 무실점행진 중이다.

눈에 띄는 경쟁자가 없어 이변이 없는 한 그의 신인왕 등극은 떼어놓은 당상이다. 3년간 신인왕을 연속 배출했던 현대의 신화가 저물고 삼성이 '중고 신인'이던 이동수 이후 10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하기 일보 직전이다.

밸런스를 잃은 권오준을 대신해 사자군단의 마무리로 활약 중인 오승환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탈삼진 능력. 그는 81이닝 동안 96개의 삼진을 앗아내 이닝당 1.19개꼴로 K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9이닝으로 환산하면 10.71개다.

탈삼진 10걸에 드는 선수 중 이닝당 탈삼진이 1을 넘는 선수는 오승환외 황두성(현대), 박명환(두산), 이용훈(롯데)이 있다.

황두성은 106이닝에서 탈삼진 115개로 이닝당 1.08개의 탈삼진으로 오승환을 바짝 추격 중이다.

박명환은 112⅓이닝에서 탈삼진 113개, 이용훈은 106이닝에서 106개를 잡았다. 둘은 탈삼진 욕심이 있다 하더라도 선발 투수이기에 삼진보다는 투구수를 줄이며 타자를 쉽게 요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처지다.

반면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로서 손색이 없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보통 마무리는 맞혀 잡는 투수보다는 홈런을 맞더라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강속구를 지닌, 탈삼진 많은 투수가 각광을 받는다.

1이닝을 던질 경우 12~15개의 공으로 타자와의 승부를 마치기 위해서는 스트라이크존을 윽박지르는 광속구는 필수적이다.

2002년 신인왕 조용준(현대)이 슬라이더로 프로무대를 평정했다면 오승환의 최대 강점은 직구다.

그를 상대하는 구단들은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모두 간파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정작 직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시즌 초반 왼발이 한 번 쉬었다 나오는 2중 키킹으로 관심을 모았던 오승환은 어깨에서 빠르게 뿌리는 최고구속 150Km에 달하는 직구 하나로 탈삼진을 채워가고 있다.

오승환은 "체력적인 문제는 없다"며 겁없이 프로 첫 해를 즐기고 있는 눈치. 정규시즌에서 삼성의 뒷문을 확실히 잠근 그는 난생 처음 맞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변함없는 '닥터 K'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가 높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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