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박정곤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입력 2005-08-23 16:34:42

"서술형 고사 이르면 내년 1학기 시행"

서울시 교육청이 학교 시험을 서술형(논술형)으로 치르겠다고 발표한 이후 서술형 고사의 형태와 평가, 대비 방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2008학년도 이후 대학들이 전형에서 논술고사 등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까지 더해지면서 초등학생들 사이에까지 논술 열풍이 뜨겁다. 하지만 서술형 고사나 논술고사의 윤곽조차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의 정체 모를 광고에 휩쓸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대구시 교육청에서 대학입시와 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정곤 장학사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서술형 고사 시행 준비는 어느 정도인가

- 학교 시험을 서술형 고사로 전면 바꾸는 것은 시기상조다. 서울시 교육청이 시행한다고 하지만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의 경우 9월 초에 교사들에게 참고 도서를 배포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서술형 출제를 장려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일단은 단원이 끝날 때마다 실시하는 형성평가에 서술형 문제를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서술형 고사 정착의 관건은 평가의 공정성이다. 점진적으로 출제를 확대해 채점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신뢰가 쌓인 다음에야 전체적인 실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르면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 서술형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 현재 학교에서 출제한 예시 문제를 모아 참고 도서를 만들고 있는데, 이를 접하게 되면 서술형 고사의 형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다. 서술형 문제를 대할 때는 일단 어렵다는 두려움부터 버리고 출제 의도와 핵심 내용을 찾아야 한다.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찾아낸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런 뒤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순서를 머릿속에 정리한 뒤 그에 대한 근거를 찾아 보완하면 된다.

△ 수학이나 과학 과목의 서술형 문제는 형태가 다를 것인데

- 수학적 연산이 필요한 서술형 문제는 평소 문제를 풀 때 과정 하나하나를 밟아가는 연습을 충분히 하면 된다. 계산 단계를 뛰어넘어선 안 된다. 특히 학력 수준이 낮은 학생은 평소 공부를 할 때 중간 과정을 절대 생략하지 말고 풀이를 해나가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좋다.

△ 좋은 답안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 잘 쓴 글은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이론이 들어가 있는 글이 아니다. 이론적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뒤 생활에서 사용되는 쉬운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쓸 때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사례를 먼저 제시하는 방법과 주장을 내세우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 글쓰기 방법에 모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논리적으로 올바른 근거를 찾는 연습이다.

△ 학교 수업만으로 대비가 가능한가

서술형 고사가 실시될 경우 학생들의 학력 수준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본다. '듣긴 들었는데 뭐더라'는 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개념과 지식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만 글로 서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행학습에 치중하기보다는 기본 개념을 되풀이해 몸으로 익히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학원 등의 사교육에 의지하기보다 학교 수업을 통해 실력을 다지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학교 수업은 기본 학력을 다지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충실하면 서술형 고사도 무난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 가정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 서술형 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사물을 볼 때 그 자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본질과 근거를 함께 보는 눈을 길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바칼로레아'로 유명한 프랑스의 경우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 1위가 '엄마', 2위가 '왜'라고 한다. '왜'라는 아이의 질문에 '엄마'가 논리적으로 대답해줄 수 있어야 아이의 논리성이 쌓일 수 있다.

△ 글쓰기 능력도 남달라야 할 텐데

- 창의력 있는 글쓰기를 위해서는 많이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이 뒷받침돼야 똑같은 문제를 서술하는데 있어서도 남보다 돋보이는 글을 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가정의 tv를 끄고 부모가 함께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부모가 조성해주고 모범을 보여야 아이들도 따른다. 또 잡담을 하기보다는 주제가 있고 이유가 있는 대화를 나누도록 부모가 유도해야 한다.

△ 대학입시 논술과 관련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 수험생들은 자신의 희망하는 전공에 맞춰 선택하고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 진학할 계열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필요한 분야의 책을 일찍부터 골고루 읽어야 한다. 이때 한권의 책을 모두 다 읽을 필요는 없다. 목차를 통해 책을 먼저 훑어본 뒤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되,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킬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