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도 장애도 넘었지요"…한·일 정신지체인 축구대회

입력 2005-08-22 08:41:24

"독도 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 등 한·일간에 많은 장벽들이 있지만 정신지체인들도 스포츠를 통해 양국간 갈등의 장벽을 뛰어넘는데 기여할 수 있어요"

지난 20일 오후 4시 경산시 영남대 경산캠퍼스내 축구경기장. 경기 시작전까지 내리던 장대비가 제4회 한·일 정신지체인 축구교류대회 하일라이트인 친선 축구경기 시작과 함께 그쳤다.

IQ(지능지수) 80 미만의 정신장애 3등급의 17∼38세까지 양국 대표선수들은 각각 흰색 바탕에 분홍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전후반 60분 동안 지칠줄 모르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강한 승부욕을 보이면서도 넘어진 상대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고 어깨를 두드리며 따뜻한 '동료애'를 발휘했다.

이날 한국대표선수단은 일본대표선수단인 요코하마시팀을 상대로 60분 경기에서 4대1 완승을 거두었다. 후보 선수들끼리의 20분간의 번외 경기에서는 일본팀이 한국팀을 3대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승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본팀의 히라구리 카오루(22) 선수는 "비슷한 처지의 장애우들이 함께 뛰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 주고 격려해 주면서 친선을 다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양국 선수단과 장애우,자원봉사자 등 500여명의 관중들도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올해로 4회째를 맞는 한·일 정신지체인 축구교류대회는 (사)한국정신지체인애호협회(회장 배연창)와 일본장애자축구협회(회장 나가누마 켄)가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를 기념해 양 국의 정신지체인들의 체육활동을 통한 상호교류와 축구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5년째 한국대표선수단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영남대 특수체육교육과 박기용(53)교수는 "사회적 약자인 정신지체인들이 축구를 통해 재활의지를 불태우고 한·일 양국간의 우호 증진과 화합에 밑바탕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대표선수단 60여명은 경기를 마치고 인터불고 호텔에서 만찬과 노래자랑 등을 함께 하며 우호의 장을 이어갔다. 일본 선수단은 21일 부석사 화회마을 등 문화유적지를 찾아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갖고 22일 귀국길에 올랐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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