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헤더만이라도 부활하라?

입력 2005-08-21 15:51:40

'더블헤더만이라도 부활시켜줬으면 좋겠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경기수가 133게임에서 126게임으로 줄었다는 사실. 팀당 7게임씩 총 28게임이 줄었다.

병풍 파문으로 여러 선수가 군입대한 가운데 전력층이 얇아진 각 팀들은 1998년 이후 6년 만에 경기수를 줄이는 데 모두 찬성했다.

선수들의 체력안배에 골머리를 앓던 각 구단 코칭스태프도 고민 거리가 사라진 데 대해 쌍수들어 환영했다. 특히 경기수가 줄면서 우천 탓에 하루에 두 경기씩 몰아서 열던 더블헤더도 없어진 점을 반가워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팀 사정마다 더블헤더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약간은 다른 듯하다.

상위팀은 더블헤더가 없어 좋다는 입장인 반면 하위팀은 카드놀이에서 일종의 '조커' 같았던 더블헤더가 사라져 순위를 치고 올라갈 수가 없다며 울상이다.

21일 LG-한화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만난 LG의 한 코치는 "더블헤더는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을 풀어가는 일종의 변수였다. 어느 팀이건 1승 1패 전략으로 더블헤더를 맞지만 구기 종목이 계산대로 되는 경우가 몇 번이나 있는가. 2승 또는 2패를 하다보면 순식간에 연승 연패로 분위기가 엇갈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예년의 경우를 봐도 연속 경기를 치르다 보면 선발진에 구멍이 나기 마련이고 대체 선발이 제 몫을 해주지 못했을 때에는 두 경기를 모두 내주는 일이 허다했다.

연승과 연패는 그렇게 엇갈렸다. 멘탈(mental) 스포츠인 야구에서는 그래서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지도 모른다.

더블헤더는 결국 각 팀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하늘이 준' 최고의 변수였던 셈이다. 특히 하위팀은 더블헤더를 상위팀과의 승차를 좁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삼았다.

그러나 올 시즌 더블헤더가 없어지면서 변수가 줄었고 덩달아 하위권팀이 마지막 반등을 노릴 수 있는 찬스 또한 사라졌다. 예정대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가면서 요행수를 바랄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

실제 전반기 막판 삼성 두산 한화 SK의 상위권 4팀이 가려진 이후 사실상 순위 레이스는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양분돼 고착화하는 현실로 나타났다.

각 팀들은 순위 싸움만 남겨뒀을 뿐 포스트시즌 진출과 탈락팀은 이전부터 결정났다는 게 야구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는 팬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LG의 한 코치는 "운용의 묘를 살리고 팬들의 이목을 끝까지 붙잡기 위해서라도 더블헤더는 존속시키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푸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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