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만큼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도 드물다. 과학적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생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생과 관련된 갖가지 의문들도 많다. 최면치료 전문가 설기문(48) 박사의 입을 통해 전생·최면에 관한 궁금증과 희귀한 사례들을 들어봤다.
◇전생이 크게 나쁠 경우(살해나 자살 등 죽음과 관련될 경우) 체험 뒤 현실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나?
☞물론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전생체험을 한 뒤 그 기억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현실에서 예기치 않은 아픔을 겪을 수 있다. 그러므로 최면에서 깨어날 때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갈무리를 잘 해주어야 한다. 이런 영향 때문에 단지 호기심으로 전생체험을 하는 일은 자제해야 하고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에 의해 체험을 해야 한다.
◇전생 체험을 할 때 미래도 볼 수 있나?
☞분명 본다고 한다. 전생을 위한 최면 상태에 빠지면 자신의 과거와 미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다시 말해 산 꼭대기에서 아래를 훤히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그 모습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처럼 나타난다고. 대부분 긍정적인 이미지로 표출된다고 한다.
◇전생에서 자신이 동물로도 나타나는가?
☞흔치는 않지만 가끔 동물로도 나타난단다. 유형도 가지각색. 쥐나 벌레로도 나온다. 심지어 설 박사가 상담한 사람 중에는 전생이 중생대 익룡으로 나타나 섬뜩하게 익룡 소리도 냈다고 한다.
◇최면을 건 사람은 최면에 걸린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최면에 걸린 사람은 자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조종당한다. 만약 자신의 가치관이나 도덕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주문했을 경우는 그 행위를 거부하고 최면에서 깨어난다고 한다.
◇최면을 걸면 의식이 없어지나?
☞단지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최면 상태에서도 모두 의식이 있다. 즉 최면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가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쉽게 말해 의식은 또렷이 있되 심신이 몽롱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사례 1-고문의 고통이 현실에 나타나
50대 주부 김은경(가명·여)씨는 평소에 편두통과 중이염은 물론, 눈, 어깨 등 온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겪고 있었다. 용하다는 병원이나 한의원 등은 다 찾아갔지만 별다른 해결을 보지 못한 채 십여년간을 끙끙 앓으며 보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전생 퇴행 상담을 받았다. 그 결과 김씨는 전생에 일제시대 때 만주지방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하던 1930년대의 삶을 떠올렸다. 독립군으로 많은 공을 세웠으나 일제에 잡혀 혹독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도 기억했다. 고문 과정에서 머리가 깨지고 귓밥이 떨어져 나가는가 하면 어깨도 부서지는 등 심한 부상을 당했다. 살벌한 고문 끝에 김씨는 한겨울 시베리아 벌판으로 유배되었다고 한다. 결국 김씨는 전생에 겪었던 신체적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현실에서 신체 장애로 나타난 것이다.
◆사례 2-사제를 사랑했던 여인
조문희(가명·여)씨는 초등학생 딸을 둔 40대의 평범한 가정주부다. 조씨는 평소 딸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늘 고민이었다. 딸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탐탁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심찮게 짜증도 났다. 반면에 딸은 조씨에게 이상하리 만큼 집착을 보이며 따랐다. 전생퇴행 결과, 조씨는 중세시대 수도원에서 오직 신앙에만 몰두하던 사제였다. 당시 조씨를 무척이나 사모하는 동네 아가씨가 있었는데 조씨는 그녀를 귀찮아하고 피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조씨의 숙소로 몰래 들어왔고 조씨가 나가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음에도 막무가내로 조씨의 품 속에 파고 들어 관계를 맺었다. 이후 그녀는 딸 하나를 몰래 낳아 정성껏 키우며 조씨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한다. 조씨는 결국 중세시대 여인이 지금의 딸임을 깨닫게 되었단다.
◆사례 3-"어둠이 괜히 무섭고 싫어요."
20대 여성 회사원 박기영(가명·여)씨는 막연히 어둠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었다. 깜깜한 밤에는 꼭 불을 켜놓아야만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였다. 말 못할 두려움을 지니고 있던 박씨는 결혼할 나이가 되자 걱정부터 앞섰다. 심지어는 너무 고민스러워 결혼 자체를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단다. 전생 퇴행을 해보니 박씨는 1800년대 초 '영철'이라는 다섯 살 남자아이였다고 한다. 어느날 들에 나간 어머니가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를 찾아나섰다. 하지만 산골짜기에 접어들면서 길을 잃게 되고 추위와 어둠 속에서 극도의 공포 상태에 빠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날이 조금 밝아지는 것 같더니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겨우 눈을 떴을 때는 또 다른 밤이었다. 이렇듯 어둠과 며칠동안 사투를 벌이던 아이는 결국 너무 지쳐 앓다가 죽고 말았다. 전생에서의 어둠에 대한 공포가 현세에서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설명: 설기문 박사가 세미나 참석자 김영철(44)씨에게 최면을 걸어 인교법을 선보이고 있다. 정상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신기하게도 몸이 쇠처럼 굳어졌다고 암시를 주자 별 어려움없이 의자 사이에 몸을 걸쳐 누워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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