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만났던 신석필 화백
월남한 노화백 신석필은 1940년대 말쯤 황해도 해주에서 미술학교를 나와서 북한에서 가장 좋은 평양 국립미술학교 대학원에 들어갔다. 평양국립미술학교에서 2년간 조수를 공부하던 신석필은 평양 물질문화조사보존위원회 위원장을 찾아가 일감을 달라고 부탁했다.
"자네, 잘 왔네. 내가 하는 일 좀 도와주게."
뜻밖에도 선선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이는 바로 그곳 위원장으로 있던 이여성이었다. 물질문화조사보존위원회란 당시 북한의 고고학을 총괄하던 곳으로 위원장은 상당한 거목이었다. 그런 이여성이 일면식도 없이 찾아온 20대 젊은 화가를 환대한 것이다.
흑백 귀면와 사진을 건넨 이여성은 "확대해서 색깔을 넣어오라"고 주문했다. 열흘만에 청년 신석필이 유화로 귀면와를 그려가자 '참 잘 그렸다'"며 또다른 일감을 주었다. 이렇게 서너달간 만남이 지속됐다.
"반백이 조금 넘은 흰머리에 희고 코가 크며 눈이 부리부리한게 안광이 형형했다."는 노화백은 "보통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찾아가면 상대도 안해주거나 동무! 그럴텐데, 자네 그러며 참 친근감있게 대해주었다"고 돌이킨다. 일감을 가지러 가면 이여성은 일본 왕조에 대해서도 들려주었다.
"천황이하 귀족들이 전부 백제 신라 고구려계라는 윤곽의 얘기였다"는 신석필은 "그때부터 신비에 싸여있는 한일 고대사, 특히 도래인에 의한 일본고대사의 전개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됐다"고 전한다.
내려와서 보니 그렇게 유명한 분이었다는 신석필은 그후부터 지금까지 일본내 조선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현장을 기록하고 그림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미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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