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이런 삶] 조영주 KTF 신임 사장

입력 2005-08-19 16:02:10

성주 출신으로 계성고를 졸업한 조영주(趙榮柱·49) KTF 신임 사장은 조용한 사람이다. 겸연쩍게 웃을 땐 수줍어하는 소년같다.

그러나 그런 부드러움으로 지난달 직원 2천500명, 고객 1천200만명을 가진 잘나가는 기업 KTF의 CEO가 됐다.

한 기관의 장(長)이든 기업의 장이든 장이 된 사람은 대개 남이 가지지 않은 특별한 무엇이 있게 마련인데 그에겐 '성실'이 특별함인 듯하다. "성공하려고 애쓴 것이 아니라 항상 주어진 직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단 한번도 1년후에 무슨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했다. 독실한 크리스챤인 그는 그러면서 성공을 하나님 덕분으로 돌렸다. "원래 전공이 토목(서울 공대 토목과 졸업)인데 엉뚱하게 체신부에 들어와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하나님이 내게 주신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에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토목부장 시절 통신구를 만드는 게 주업무였는데 그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좁은 골목길에서 통신구 공사를 하다보면 민원이 무지막지했던 것. 멱살을 잡고 죽이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참고 민원인을 일일이 만나 설득해 놓으면 또 시청 공무원이 협조를 안했다.

더욱 섭섭했던 것은 본사의 감사반. 감사반은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현상'만 문제 삼고 동료를 이해하거나 감싸주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 사장은 한때 "이런 조직에 충성해봐야 뭐하겠느냐는 회의가 들어 사표를 내려고 했다"고 한다.

그때 은사가 있었다. 박창호(61)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사표 내는 것을 말리고 공부를 하도록 권했다. 직장에 다니는 조 사장을 배려해 점심 시간에 수업을 했다. 덕분에 교통공학 박사 학위를 주경야독으로 딸 수 있었다.

은사에게 베풂을 받은 조 사장은 조직과 다른 사람에게 베풀려고 작심했다. "현재의 나는 내 스스로 노력해서 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골 출신이 서울와서 이만큼 큰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돌려주려고 해요."

그는 배려를 받은 사람과 줘야 할 사람이 다르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전남 나주에서 전화국장을 하고 서울로 왔을 때 나주 직원들로부터 따뜻하게 배려해줘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한다. 그때 그는 "나에게 고맙다고 하지말고 딴 데 고마움을 베풀어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그에게 '조 배려'란 별명이 붙었다.부하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조 사장 특유의 리더십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질책은 자신이 모두 감당했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는 그에게 쌓였다.

하지만 다행히 좋아하는 운동이 있었다. 중·고교 시절부터 축구 야구 등 둥근 공을 갖고 노는 것은 모두 좋아했다. 운동으로 땀을 흠뻑 흘려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시험이나 공부 등 정신적 스트레스는 공에 집중하다보면 풀린다는 '특이 체질'(?) 이다.지금도 골프가 싱글 실력. 열심히 일하기 위해 골프공에 집중해 스트레스를 푼 결과다.

CEO로서 그의 꿈은 소박하다. 직원 모두가 하나가 돼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꾸밀 수 있으면 그만이다.홀어머니는 고향 성주에 산다. 바쁜 일상으로 자주 고향에 가지 못하지만 가야할 땐 꼭 간다. 최근 생신을 맞은 어머니를 찾아 뵙고 2002년 돌아가신 선친 산소도 들렀다고 한다. 계성고 동문회에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참석한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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