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언론사 정치부장 간담회

입력 2005-08-19 11:13:31

과거정권 시절 국정원 도청에 일종의 면죄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서울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들의 18일 오찬 간담회에서 최근 노 대통령이 쏟아낸 말들이 화제가 됐다.

야당에 대한 연정 제의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야당이 거절해도 아랑곳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읽혔다. 그러나 국정원 불법 도청과 공소시효 배제 논란에서는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당사자격이라 할 수 있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측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란 풀이다.

◇대연정 제의 '마이 웨이'

1시간 가까이 '대연정'(大聯政)을 얘기했다. 야당에게 정식으로 정치협상을 제안할 것이란 것이 핵심이다.노 대통령은 "대연정 문제를 제기 안한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시스템의 근본적인 틀을 한 번 바로잡아보겠다는 필생의 정치적 소망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에 대해 "덕 볼 것 없다는 차원이 아니라 연구해서 옳지 않으면 옳지 않다는 당당한 논리를 갖춰 거부해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 사회가 대연정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까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해 야당의 거절이나 묵묵부답에 상관없이 대연정 제의를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DJ정권 과오없다

김대중 정권 시절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실과 관련, "정권의 도청과 국정원 일부 조직의 도청은 구분돼서 논의돼야 한다"면서 "정권이 책임질 만한 그런 과오는 없다"고 했다. 정부의 일개 기관이 도청한 것은 정권 차원의 도청과 엄연히 다르다는 논리다. 불법도청은 정경유착보다 더 나쁘다면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언급한 때와는 사뭇 다른 어조다.

노 대통령은 "정권의 도청으로 해석될 줄 (미처) 몰랐다"며 "내 상상력의 부족"이라고 했다. "정권 차원의 엄청난 사건으로 비화돼 버리니까 나도 지금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불법도청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해 DJ측이 민감하게 대응하고 나서자 "정치적 의도가 없다"며 DJ측의 반발을 불식시키려 했던 최근 행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시효 배제 사건 강제 수사 법적 근거 없다

'국가권력 남용 범죄의 시효 배제' 문제와 관련, "형사 소급시효 문제에 관해 머릿속에 구체적인 사건을 염두에 두어본 것은 이제까지 한 건도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 얘기하듯 김대중 정권과 김영삼 정권 시절 국정원 불법 도청 등 구체적 사안을 겨냥한 것이 아니란 것이다.

또 "시효 완성된 범죄에 대해 소급해 수사, 처벌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일이 없다"며 "시효 완성된 범죄를 강제 수사까지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다만 "시효가 완성됐더라도 역사적으로 공개하고 정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리하자는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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