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교육 현장 시민사랑 듬뿍
달서구 대곡동 대구 수목원이 시민휴식 공간은 물론, 자연 교육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 한해 이곳을 다녀간 시민은 122만 명. 올해 내방객은 이보다 10% 가량 늘 것으로 수목원측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부지가 협소하다는 단점을 딛고 자연교육의 장으로 특화 운영되면서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속 자연 학습장으로 각광
"선생님, 나무가 정말 간지럼을 타요."
한낮 폭염이 내리쬔 지난 17일 대구 수목원. 이날 '그린스쿨' 수업을 받는 구미 오상중 학생 40명은 자연해설사의 손에 끌려 간 간지름나무 앞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손톱으로 나무의 표피를 긁자 간지름을 타 듯 가지가 부르르 떨리는 게 아닌가.
쾅쾅나무도 신기했다. "작고 두꺼운 나뭇잎을 아래에서 가열하면 잎이 팽창하다가 터진다고 해서 '쾅쾅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알겠죠?".
팔만대장경 목판 대부분을 만들었다는 산벚나무, 파리를 쫓고 신경안정제로도 효과가 있다는 허브식물 루(Rue), 풍부한 양의 산소를 내뿜는 플라타너스…. 해설사 정길은(63)씨의 설명을 들을 때마다 재미가 더해 가는 표정이었다. 한약재에 쓰이는 약초들이 오밀조밀 피어있는 '약초원', 손끝으로 비벼 코에 대면 알싸한 향을 풍기는 '방향식물원'도 인기 만점이었다. 코스모스 동산에선 벌써 가을이 다가온 듯 했다.
공직을 퇴임하고 지난 4월부터 해설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정길은씨는 "개인적으로 야생초 공부를 하면서 얻은 지식을 청소년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 힘든 줄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오후 1시30분. 점심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물은 '생태지도' 그리기. 이날 둘러본 나무나 화초를 그려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면서 산 지식을 쌓았다. 마지막 시간 때죽나무로 직접 목걸이를 만드는 동안 땀방울이 연신 콧등으로 흘렀지만 입가에는 흐뭇함이 번졌다. 수목원 유성태 연구사는 "비록 수목원 규모는 작지만 400여종 6만여 그루의 목본류와 800여종 13만 포기에 달하는 초본류 등 다양성에서는 어느 수목원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 운영 중인 '자연해설사반', '어린이 여름자연학교', '그린스쿨' '조경수목관리요령 교실'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괴석원' 앞에서 만난 중학생 최석원(13)군은 "곳곳에 상세한 안내판이 붙어 있어 방학숙제 하기에 그만"이라며 메모를 했다.
◇수목원은 공원이 아닙니다.
대구 수목원은 매일 아침 운동 나온 시민들로 문을 여는 시간(새벽5시30분)부터 붐빈다. 요즘처럼 한낮 기온이 높은 여름엔 아침·저녁시간 산책객들이 많다. 18일 오후 먹구름이 잔뜩 낀 수목원 잔디광장에서 딸 아이와 놀러나온 박혜진(30·여)씨는 "오후 7시쯤만 되면 수목원 출입이 금지돼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퇴근한 직장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하다는 것.
그러나 이는 수목원 본래 기능을 오해한 탓이다.이우순 소장은 "타 지역 수목원이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5~6시만 되면 문을 닫는 것을 감안하면 대구 수목원의 개관시간은 긴 편"이라면서 "수목원은 식물자원 보존·연구를 우선으로 하는 곳이지 엄밀한 의미에서 공원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어 "올해 잔디광장을 주민에게 개방한데 이어 수목원내 화장실과 벤치, 파고라 등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 시민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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