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팬들에게 '커터(Cutter)'라는 구질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트리플A에서 이 구질을 익힌 서재응(28)이 눈부시게 달라진 모습으로 복귀해 절정의 위력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난 87년 데뷔한 이래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 버티던 올해 39세의 톰 글래빈(뉴욕 메츠)도 이 구질을 보강하면서 더욱 안정된 피칭을 하고 있다.
글래빈은 18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후 자신에게 '커터'를 가르쳐 준 릭 피터슨 투수코치에게 "당신이 늙은 개에게 새로운 재주를 가르쳐 주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는 미국 속담을 반대로 인용한 것이다.
'커터'는 '컷 패스트볼(Cut fastball)'이라고도 불린다. 이름처럼 패스트볼의 일종이지만 슬라이더와 흡사한 움직임을 보이며 변화의 각도는 슬라이더보다 작지만 훨씬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당시 멕시코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다 MBC 청룡으로 복귀한 이원국씨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 'SF볼'이 '죽은 투수를 살려냈다'는 평을 들은 것 처럼 지금은 '커터'가 그와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지금은 커터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했고 한 야구 전문지는 '지금 가장 섹시한 구질'이라고 커터를 표현하기도 했다.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는 이 구질 하나만으로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됐고 에스테반 로아이자(워싱턴 내셔널스)는 역시 이 구질로 2003년 '갈 곳 없는 실업자'에서 20승 투수로 우뚝섰다.
알 라이터(뉴욕 양키스),앤디 페티트(휴스턴 애스트로스), 미겔 바티스타(토론토 블루제이스), 그레그 매덕스(시카고 컵스), 구스타보 차신(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노소 불문에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많은 투수들이 이 구질을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그립이나 던지는 방법이 쉽기 때문에 투수들을 더욱 유혹하고 있는 탓이다.
패스트볼과 마찬가지로 커터도 실밥 4개를 엇갈리게 잡는 포심스타일과 실밥 2줄을 나란히 잡는 투심스타일이 있지만 투심스타일의 '커터'가 더 인기다.
투심과 똑같이 잡되 검지 손가락을 실밥위에 올려 놓는 것이 아니라 중지에 가깝게 붙여 오른손 투수의 경우 전체적으로 공 중심의 오른쪽을 잡고 공을 놓는 순간 중지에만 힘을 주는 것이 비결. 슬라이더 처럼 팔뚝을 비트는 게 아니라 직구와 똑같은 움직임으로 공을 던지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80년대 인기를 모은 'SF볼'은 투수들의 부상 증가에 큰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커터의 경우 직구와 똑같은 폼으로 던지기 때문에 부상 가능성이 적다.
글래빈처럼 선수생활의 막바지에 이른 투수까지, 너도 나도 '커터'를 익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왼손 투수인 라이터는 자신의 커터가 오른손 타자에게 더욱 효과적인 이유에 대해 "직구인줄 알고 스윙하는 오른손 타자의 몸쪽으로 휘며 풀스윙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적 있다.
올시즌 '커터'로 중무장한 서재응이 20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다. 그의 '커터'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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