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대구 균형발전…집만 잔뜩 짓고는 교통·교육 투자 외면
'교통'과 '학교', '강 건너 마을' 고통을 겨우 벗어나고 있는 23만 칠곡 주민들은 지하철 1, 2호선 주변의 하루가 다른 발전에 다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1, 2호선 지역과 출발선이라도 맞춰 달라'는 숙원 아래 추진해온 지하철 3호선 건설과 각종 지역 현안이 끝없이 표류하면서 열망이 분노로 변하고 있다.
◇베드타운, '글쎄요'
대구 북구 칠곡은 인구가 23만이 넘는 뉴타운이다. 곳곳에 산과 물이 넘쳐 주거 환경은 대구 최고라고 자부한다. 조만간 칠곡4지구를 비롯해 매천, 금호.사수지구 개발이 끝나면 인구 30만명을 바라본다.
하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더 이상 베드타운은 싫다고 한다. 교통, 학교 인프라는 물론 산업기반조차 다른 뉴타운들에 비해 뒤지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 일변도의 도시 정책은 또 다른 교통과 학교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인, 대곡, 월배, 성서, 시지 등 다른 뉴타운들은 하나같이 지하철 1, 2호선 혜택을 누리면서, 3호선 착공이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칠곡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 느끼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DKIST 유치운동은 물론 올해 공공기관 이전 설명회에서도 '교통'과 '학교'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교통
교통 문제는 해결됐을까. '속'은 여전히 체증이었다. 2003년 매천대로 개통으로 팔달교 교통체증은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읍내, 태전동 일대는 교통 정체가 더욱 심화되고 있고, 돈이 모자라 도로 신설 및 확장 공사마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읍내동 아파트 최무한(56)씨는 "매천대교와 칠곡로를 잇는 4차선 순환도로가 읍내동에서 막혀 운행 차량들이 아파트단지로 우회하는데다 수백개 점포가 일시적으로 들어서는 금요시장까지 열리는 통에 이 곳 교통체증이 칠곡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밝혔다. 태전동 아파트 주민들은 좁은 골목길 때문에 출근길마다 교통지옥을 경험하지만 도로 확장 공사가 벌써 8년째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
주민 박성동(56)씨는 "지난해 칠곡 3지구가 들어서면서 교통량이 더 증가해 출근길 아파트 주민들이 200m 떨어진 주도로로 진입하려면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했다.
북구청에 따르면 일대는 지난 2001년 실시 설계까지 끝난데도 돈이 모자라 보상을 미루다 올해서야 겨우 국비 10억원을 확보했지만 이번엔 시비가 부족해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관음동 아파트 주민 이한길(73)씨는 고질적인 주차난을 호소했다. 관음 운동장에서 대구보건대에 이르는 2km구간은 칠곡에서도 가장 먼저 개발한 아파트 및 주택 밀집지역이지만 자동차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간선도로를 좁은 2차로로 계획해 낮부터 이중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
9, 10월 분양을 앞둔 매천지구와 3, 4년 후 금호.사수지구가 들어서는 관문, 매천, 사수, 금호동 주민들은 일반 버스 하나 통과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관문, 매천동의 3천여가구는 1~1.5km, 250가구의 사수동, 금호동 주민들은 배가 넘는 3~4km까지 걸어 나와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사수동의 정홍기씨는 "고3 딸을 통학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다"며 "자가용이 없는 주민들은 급한 일이 생기면 40분 이상 걸어 나와 버스를 타야 하는 지경"이라고 했다.
유로도로도 난제로 남아 있다. 구암동 주민 이상철(52)씨는 매일 3차례씩 국우터널을 통해 강북과 유통단지를 오간다. 이 때문에 하루 3천원, 한달 9만원에 이르는 교통비를 더 써야 한다고"고 말했다.달성공단으로 출퇴근하는 송길영(47)씨도 칠곡IC에 매일 2천200원을 내고 있다.
이들은 "돈이 아까우면 둘러가면 될 것 아니냐지만 사정을 모르는 소리"라며 "국우 터널로 가면 1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다른 길로 가면 40분 넘게 돌아가야 하고, 칠곡 IC를 이용하는 성서, 달성공단 출근자들도 돌아가면 20분이상을 도로에서 허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칠곡IC에 123억 9천만원, 국우터널에 719억원의 교통유발분담금을 냈는데도 유료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억울한 심정을 언제까지 겪어야 하느냐"고 분개했다.
◇학교
주민들은 명문 인문계 고교 유치가 표류하고 있고, 실업계 고교는 아예 없어 늘 통학 고민을 안고 살고 있다.구암동 이영희(45) 주부는 "지난 2002년 경북대와 북구청이 제 2 사대부고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얼마나 기뻤했는지 모른다"며 "하지만 벌써 4년째 감감무소식이라 주민 실망만 낳았다"고 했다.
실업계 고교도 없어 이들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가용 등하교, 버스 갈아타기 등 겹고통을 당하고 있다. 김충환 대구시의원은 "대구는 부의 치중과 함께 교육의 치중 현상도 극심하다"며 "칠곡의 우수학생의 타 뉴타운 유출 방지와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실업계 및 외국어고 등 칠곡에 대한 교육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왜 지하철인가
칠곡은 지난 한 달 '지하철 3호선'으로 들끓었다.
지하철 3호선 조기착공 서명운동을 벌인 북구아파트연합회 윤원현 회장은 "모두 4만1천250명의 주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며 "1988년 택지개발이후 단지 주민들이 이처럼 똘똘 뭉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칠곡 주민들에게 지하철의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주민들은 지하철 3호선이 '교통'과 '학교' 양대 숙원을 해결하고, 나아가 1, 2호선 지역이 누리는 경제 등 개발 혜택까지 보장해주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
주민들은 "칠곡4지구, 매천, 금호.사수지구 개발을 앞두고 있는 칠곡은 도로 신설 및 확장만으로는 교통 불편을 해소할 수 없다"며 "지하철 3호선으로 늘어나는 교통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교육과 경제 등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북구청은 "승용차로 72분 걸리는 칠곡~범물간 통행시간은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하면 42분까지 줄어든다"며 "지하철 3호선은 칠곡 지구의 질적 개발을 앞당겨 대구 균형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탐사팀 이종규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 : 조만간 인구 30만에 육박하는 대구 칠곡. 칠곡 역시 지산.범물과 마찬가지로 지하철 1, 2호선 지역과의 균형 발전을 바라고 있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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