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속 장면같은 안데르센 고향도시
함부르크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5시간이나 달려 코펜하겐 중앙역에 도착했다. 이번 동화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덴마크. 새로운 나라의 낯선 언어와 낯선 도시 분위기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지만 여행자에게 낯섦은 곧 반가움이다.
덴마크를 찾은 것은 오직 '안데르센'때문. '미운 오리 새끼', '인어 공주' 등 수많은 명작을 쓴 그의 흔적은 코펜하겐과 오덴세에 흩어져 있다. 첫 목적지는 오덴세. 그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숙소에서 일찍 나왔음에도 낮 12시가 넘어서야 오덴세에 도착했다. 오덴세에서 안데르센과 관련된 장소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다. 바로 신호등 때문이다. 안데르센과 관련된 장소 근처의 신호등은 다른 곳과 달리 신호등 속 사람이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짚고 있다. 바로 여행을 좋아한 안데르센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오덴세는 신호등 하나에서도 이곳이 안데르센의 도시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첫 도착지는 안데르센 박물관. '안데르센의 모든 것이 다 있는 곳'이다. 심지어 그가 호텔에 불이 나면 탈출할 때 쓰려고 가지고 다녔다는 9m짜리 끈도 전시되어 있을 정도다. 탈출할 때 쓰려고 9m짜리 끈을 늘 가지고 다녔다는 안데르센도 참 재미있는 사람이지만 그것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도 참 재미있다.
안데르센이 유년 시절에 살던 집에 들어가니 퍼포먼스가 한창이었다. '벌거벗은 임금님', '인어 공주' 등 안데르센 동화 주인공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여행객들을 위해 포즈를 잡아준다. 의외의 행운이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이리저리 셔터를 누르다보니 다시 안데르센 박물관으로 돌아와 있었다. 좀 전에는 정문으로, 이번에는 뒷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방향감각을 잃었던 것이다.
다음날, 코펜하겐 시내로 향했다.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 누는 소년상'과 더불어 '유럽 양대 썰렁'으로 불린다는 인어공주 동상을 보러갔다. 인어공주 동상이 아무리 썰렁하다고 하더라도 찾아가는 길이 아름다워 후회의 길은 되지 않을 것 같다. 선선한 바다 바람과 푸른 바다, 그보다 더 푸른 하늘 아래로 한참 길을 걷다 보니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곳이 보인다. 인어공주 동상에 거의 다 온 것이다. 역시 소문대로 썰렁했지만 인어공주는 동화속에서처럼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볼품없는 모습이라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 찾아오고 또 반갑다고 같이 사진도 찍어주니 말이다.
이렇게 덴마크에서의 여행이 마무리되며 동화 여행도 끝났다.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행복했다. 내가 존경하던 동화 작가가 살았던 도시의 거리를 걸어 보고 동화 속 장면이 절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내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행지에서의 낯섦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 늘 여행을 꿈꿀 것 같다. 2005년 여름의 유럽 여행은 이렇게 끝나지만 또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정영애(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3학년)
*후원:고나우여행사(www.gonow.co.kr, 053-428-8000)
사진: 1.안데르센 공원에서 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2.배우들이 안데르센 동화 주인공으로 분장해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3. 오덴세의 골목골목을 지나치다 보면 이곳이 안데르센의 고향임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이번주를 끝으로 6개월 동안의 유럽여행 독자수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주부터는 2차 배낭여행 인도·동남아 이벤트에 뽑힌 독자 3명의 기행문이 차례로 실리게 됩니다. 첫 번째로 '인도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란 테마로 주부 노경희(36·여·대구 수성구 만촌1동)씨의 글이 한달 동안 나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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