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적극대응 동아-대백 '유통 대명사'

입력 2005-08-16 16:23:27

기업이 50년, 100년씩 존속하기란 쉽지 않다. 무한경쟁의 물결을 뚫고 도전과 응전을 거듭해야 하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일은 예전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대구경북지역 기업들도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을 헤쳐나가고 있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후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 기업들과 함께 해온 대구은행과의 거래 관계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 기업들 부침을 살펴보는 일도 의미가 있다.

◆1960년대=그 시작은 미미했다

대구은행이 올 10월 창립 39주년을 앞두고 거래기업을 조사한 결과 창립 당시부터 오늘까지 거래관계를 유지해 온 우수기업은 흥구석유(주), (주)대구백화점, 금용기계(주), 고려전선(주), (주)성안, 달성견직(주), 삼익LMS(주), 동산섬유공업(주), 평화산업(주), 동일산업(주), 경북광유(주), 화성산업(주), (주)푸드웰 등 13개.

대구백화점은 1944년 대구상회로 출발해 1969년 주식회사로 전환한 대구지역 유통업체의 대명사이고, 화성산업 역시 1958년 토목·건축업을 시작으로 1972년 동아백화점을 열어 대구백화점과 함께 지역 양대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경북광유는 휘발유, 가스 등 연료 전문 판매업체로 1927년 박재관씨가 설립한 대구오일상회를 모태로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곽혜근·박윤경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30여 개의 주유소와 영업소를 갖추고 있다. 흥구석유도 1966년 주식회사를 설립, 1994년 코스닥에 상장된 석유류 판매업체이다.

이런 기업들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주)금용기계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섬유기기 및 선박 부품 제작업체. 1956년 이금용씨가 1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대구시 중구 수창동에 설립한 금용기계제작소로 시작, 1986년 법인으로 전환했으며 현재 북구 노원동의 1천500여 평 공장부지에 230여 직원들이 일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메리야스를 짜는 환편기와 선박 엔진 부품 등을 주로 제작하는데 기술력이 세계 정상급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창기부터 기술력 개발에 몰두, 관련 업계 내에서는 '기술사관학교'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요즘도 15명의 연구원을 둔 연구소를 운영, 매출액의 5% 이상을 기술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자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몰두,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다. 작고한 이금용씨 뒤를 이어 장남인 이경목씨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1970년대=성장의 발걸음 떼다

이 시기 대구은행과 거래를 시작한 지역 기업들은 동원금속공업(주), (주)신대한물산, (주)금복주, (주)경축, 무림제지(주), (주)삼원, 평화크랏치공업(주), (주)대호산업 등이다.

촌스럽지만 복스럽게 생긴 노인을 디자인한 상표로 잘 알려졌던 금복주는 전국 최초로 코팅병을 개발하고 히트 상품인 경주법주를 제조, 홍콩과 일본 등지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1957년 김홍식씨가 삼산물산을 창업, 삼산양조합자회사를 거쳐 현재 김 회장의 아들인 김동구 사장이 기업을 이끌고 있다.

삼원은 1972년 삼원화학공업사로 출발, 1976년 주식회사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화공약품 생산에 주력했고 1978년 한국레자를 흡수 합병, 인조가죽 생산에 나섰으며 현재 양면 테이프, 산업용 접착제 등을 생산하고 있다. 경축은 경북도와 지역 상공인들이 공동 출자한 경북축산이 모태로 양계·양돈용 사료 등을 생산하고 있다.

◆1980년대=내실을 다지다

에스엘(주), 경창산업(주), (주)에이디시, 경산개발(주), (주)삼아, (주)태왕, (주)성광, 태창철강(주), (주)동원약품, 조일알미늄공업(주), 명진화섬 등이 1980년대에 대구은행과 거래를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국내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이다.

철강제품 제조업체인 동일산업은 1946년 대구시 중구 북성로에서 오일룡씨가 설립한 '동일농잠구사'로 출발했다. 1955년 국내 연마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잡게 되는 '제일연마'를 설립하고 1960년과 1966년에는 동일공업사와 동일철강공업을 잇따라 설립, 사업을 넓히게 된다. 대구 신암동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던 동일산업은 1974년 포항에서 합금철부문을 주로 하는 '동일전공'을 설립하였고, 1984년에는 영천에 주강을 주로 하는 '동일금속'을 설립하였으며, 1985년에는 철강부문을 포항으로 이전함으로써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철강분야 제품을 일관되게 파고들며 원가절감, 기술개발, 제품의 고급화에 주력해 국내 철강업계의 유력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철강분야는 동일산업으로 통합되면서 2대인 장남 오순택 사장과 삼남 오길봉 전무가 경영을 이끌고 있으며, 제일연마는 따로 독립해 차남인 오유인 사장이 맡고 있다. 선친인 오 회장이 작고한 후인 1980년 무렵과 외환위기때인 1990년대 후반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잘 넘기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80년대 'DSC' 상표로 유명했던 동산양말은 동산섬유공업의 당시 주력제품. 양말과 스타킹을 주로 생산하는 이 업체는 1990년대 초반 지역 기업 중 선도적으로 중국 칭타오에 진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오고 있다.

◆1990년대=위기를 맞다

외환위기로 특징지워지는 위기와 변화의 시대, 대구은행 우수 기업고객으로 동신해운(주)과 (주)대동요업이 새로 등장했다. 태왕은 90년대를 기회로 잡은 기업. 970년대 중반 태왕섬유공업사, 태왕물산, 태왕염공 등 제직 및 염색업체로 출발했으며 1988년 태왕주택을 설립, 주택건설 분야로 사업을 넓힌 뒤 1995년 (주)태왕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사양길에 접어든 섬유업을 축소하고 아파트 건설분야에 매진, 지역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최근에는 주5일제 근무 등으로 레저산업이 각광을 받게 되자 청도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발빠른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비해 방만한 경영이나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기업들은 성공 가도를 달리다 주저앉고 말았다. 한 때 국내 최고 수준의 주택건설 기술을 자랑하던 주택건설 3사 보성과 청구, 우방은 90년대 후반 무리한 차입 경영과 비자금 조성 등 변칙 경영을 하다 외환 위기의 여파로 무너졌다. 영남방직, 금성염직, 조방물산, 갑을, 금강합섬, 대하합섬 등 섬유업체들도 경기 악화에다 무리한 경영, 섬유 기술의 흐름을 놓치는 등의 실착이 겹쳐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 신청, 워크아웃 결정 등의 길을 밟아야만 했다. 도투락, 동국강재, 남선알미늄도 경영 실패로 성가가 사그라졌고 최근 오리온전기, 영남건설도 성공가도에서 내려와야 했다.

◆2000년대=새로운 도전

재앙의 시기인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는 변화와 도전의 시기로 다가왔다. 기계 제작업체인 삼익LMS는 1960년 삼익공업사로 출발해 철공용 줄 생산, 쌀통 생산 등의 변화를 거쳐 직선운동베어링 분야의 산업자동화 기기제품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에스엘, 경창산업 등은 해외 공장 설립과 해외 수출로 큰 성공을 거둬 '2000년대의 지역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순식 대구은행 기업여신팀 부팀장은 "기업주 한 사람의 감각과 판단에 의존하거나 인력을 많이 두는 등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살리는데 늑장을 부리다 무너진 기업들이 많다"며 "반면 성공한 기업들은 제때 변화에 대처하고 시장 변화에 잘 적응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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