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사)지산·범물·칠곡 "균형발전을"

입력 2005-08-16 10:35:22

대구 수성구 범물동의 33평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진숙(43)씨는 오는 10월 7년간의 '범물동 생활'을 접는다. 지난 봄에 분양받은 수성구 시지의 아파트 입주 시기에 맞춰 시지에 미리 전세를 구해 이사 갈 예정이다.

김씨는 "시지에 살아야 내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큰 아이의 학군 배정이 범물보다는 나을 것 같고, 지하철 2호선 역세권에 사는 것이 아이들 통학 및 남편 출퇴근, 재테크에 유리할 것 같아 시지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북구 태전동의 김수미(46) 주부는 고 1 아들과 6개월째 '새벽밥'을 먹고 있다. 칠곡에 실업계 고교가 없어 자가용으로 매일 아들을 달성군 가창의 학교까지 통학시키느라 예전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는 겹고통을 당하고 있다. 김씨는 "이웃의 아이는 운 좋게 같은 북구의 실업계 고교에 다니지만 버스편이 부족해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구의 도시 발전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동·서 양 축인 지하철 1, 2호선 주변의 수성구 범어·만촌·시지, 달서구 월배·성서는 공공투자에다 민간자본까지 몰리면서 빠르게 발전하는 반면 남·북의 양 축인 지산·범물과 북구 칠곡은 주거, 교육, 교통 여건이 동·서 축에 비해 떨어지면서 도시 기능을 잃고 있다.

이에 따라 지산·범물과 칠곡 거주 33만 주민들은 대구시와 정부에 도시 균형 발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하철 1, 2호선의 서쪽 축인 달서구는 1988년 분구 당시 인구가 28만5천여 명이었으나 이후 1호선의 월배와 2호선의 성서를 중심으로 대규모 택지, 지하철 등 각종 개발이 집중하면서 2002년 인구 60만 명이 넘는 거대 구로 급성장했다. 현재 대구 전체 인구 중 달서구의 인구 비율이 23.7%로 88년 당시의 13.2%에 비해 배 가까이 급증한 것.

또 지하철 2호선의 동쪽 축인 수성구 시지, 만촌, 범어동 일대도 현재 90여 개 현장에서 지산·범물의 전체 가구 수 3만600가구를 넘는 3만5천여 가구의 아파트 및 주상복합이 건설 중이거나 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산·범물은 지하철 1, 2호선 중심의 개발 편중 현상에 밀려 대구의 주거·교육 1번지라는 명성을 잃고 있다.

95년 10만1천여 명의 인구가 2000년 9만7천300명, 지난해 9만4천500명으로 다시 감소한 데 이어 시지, 만촌, 범어 일대 신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이들 지역으로의 대이동으로 인구가 더욱 줄 처지다.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범물동의 600~700가구 규모 아파트의 전세 비율은 40%선으로 4년 전에 비해 20% 이상 올랐고, 전체 매매건수 중 전세비율도 최고 70% 수준까지 올랐다.

또 지산·범물 주민들은 수성구의 역세권 지역과 황금동 일대 수만 가구의 아파트 입주 후 발생하는 교통 피해를 모두 떠안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칠곡은 칠곡 4지구, 매천, 금호·사수 택지개발이 완료되는 2010년엔 인구가 현재 23만에서 30만 가까이 급증하지만 종합적 개발과제를 안고 있다.

주민들은 '경제'가 없는 택지 개발 일변도의 베드타운을 더 이상 바라지 않으며 지하철 개통에 따른 교육과 주거, 교통의 환경개선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윤원현 대구시아파트연합회 북구지회장은 "지난 수년간 교통과 교육의 악조건이 그나마 나아진 상황에서 연이은 택지 개발로 새로운 교통과 교육 수요에 고민해야 한다"며 "칠곡은 양보다는 질 중심의 자급자족도시로 거듭나야 하는 만큼 동·서에만 치중해 있는 첨단산업의 유치와 교육, 교통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지하철 3호선 개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동희, 김충환 대구시의원은 "지산·범물과 칠곡은 대구시 도시 균형 개발 정책의 최우선 지역"이라며 "그 선결 과제가 지하철 3호선 조기 착공이며 지하철 1, 2호선을 가진 대구 동·서 축의 급속한 발전에서 이미 조기 착공의 필요성이 증명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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