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현충탑 참배 의미와 남북전망

입력 2005-08-15 10:38:28

북측이 14일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 현충탑에 참배한 것은 확대일로에 있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현충원에는 독립유공자는 물론 국가원수, 순국선열, 6.25 당시 전사자 등이 묻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참배는 남북관계에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우리측에서도 그동안 북측의 현충원에 해당하는 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 고( 故)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것을 '금기'처럼 여겨왔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북측의 참배 취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그동안 경협 쪽에 무게가 실려 있던 남북관계가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과거사를 넘어 정치쪽으로도 그 폭을 넓혀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북측의 의사결정 과정에 비춰 이번 참배 결정 역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국방위원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 확실시되는 점도 이런 시각에 무게를 실어준다.

물론 당국 대표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가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환담에서 "조국광복을 위해 생을 바친 분이 있어 방문하겠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이라며 참배 대상을 독립유공자로 국한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현충원의 성격을 북측이 모를 리 없는 데다 같은 자리에 배석한 림동옥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의 발언 내용을 뜯어 보면 단순히 '광복절용' 참배만이 아님을 강하게 시사한다.

림 제1부부장이 "언젠가는 넘어야 할 관문이다. 6.15시대에는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한다"고 밝혔고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부위원장도 "6.15시대에 맞게 구태에서 벗어나 시대정신에 맞춰 화해협력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이미 우리측 고위 당국자에게 상세한 참배 취지를 설명했다고 했다.

이런 점은 이번 참배를 "남북간 불행했던 과거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를 실현해 나가는 긴 여정의 첫 걸음이며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측의 남북간 공존공영에 대한 의지를 실증한 것"이라고 평가한 우리 정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일부는 특히 이날 해설자료를 통해 "이번 참배를 통해 우리의 머리와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냉전의 잔재를 털어내는 계기가 마련됨으로써 한반도 냉전 종식을 위한 전환점을 이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차관급회담, 김정일 위원장과 정동영 장관의 6.17 평양 면담, 제15차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남북관계가 복원된 데 이어 이번 참배를 계기로 정치적, 이념적 한계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우선 기존의 장관급회담 산하에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외에 농업협력추진위원회가새로 생기고 경협위 밑에도 수산협력실무협의회 등으로 가지치기를 하며 확대되고있는 남북경협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북측이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듯한 군사부문의 관계 개선에 있다.

지난 6월 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백두산에서 열기로 한 제3차 장성급군사회담이 아직 개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에도 군 당국 간 제4차 실무대표회담이 열렸지만 북측이 "장성급회담 개최여건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며 일정합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는 남측의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이지만 큰 흐름은북핵 문제의 해결 진도와 연계돼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즉, 제4차 6자회담이 13일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 평화적 핵 이용권을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휴회에 들어간 상황이 군 당국간 관계개선의 속도와 폭을 제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이번 참배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통일부가 해설자료를 통해 "이번 참배는 북측의 남북간 평화공존 의지를 실증하면서 남북관계에도 전환기적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한발짝 나아가 "이번 참배가 갖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한 메시지는그동안 미흡했던 군사적 분야의 남북관계 진전에서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참배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중요 전기가 되면서 군사부문 관계 개선은 물론, 북핵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인 셈이다.

이런 기대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남북관계는 정치.군사 부문의 평화정착과 경협부문의 경제공동체 건설을 두 축으로 본격적이고 전면적인 화해 협력 단계로 나아갈것으로 정부는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특히 29일이 시작되는 주에 속개되는 제4차 6자회담이 실질적인 진전을 거둘 경우 이런 남북 당국간 노력과 맞물리면서 냉전구조 해체와 평화체제 정착에 한걸음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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