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問病 소동…3金 시대 안 끝났다

입력 2005-08-12 11:53:44

국정원 '미림'이란 도청팀에 이어 "3당 합당 때 YS에게 정치자금 40억 원을 직접 줬다"고 폭로한 박철언 회고록 때문에 지금 한나라당은 죽을 맛이다. 때리려면 YS를 때릴 일이지 왜 나까지 때리느냐며 '입원 사태'를 빚은 DJ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죽을 지경인 것이 작금의 코미디 정국이다.

역설적으로, YS를 버려야 한나라당은 살고 DJ(호남 민심)를 업어야 열린우리당이 사는 형국이면 아직 '3김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브란스 병원 풍경은 국민을 슬프게 한다. 노 대통령은 비서실장까지 보내 "도청 음모론은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진사(陳謝)해야 했고, 여야 정치인들은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리고 민주당은 DJ가 마치 엄청난 핍박을 받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도대체 이 무슨 정치적 흥정판인가?

본란은 까딱하면 김승규 국정원장만 '바보'가 되게 생겼음을 걱정한다. 그가 DJ정권 때도 불법 도청이 있었다고 고백한 이후 김 전 대통령 측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펄펄 뛰었고 오비이락, 청와대의 문병 소동까지 몰고 왔으니 까딱 김 원장이 몰매 맞게 생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 'DJ의 입원 정국(政局)'이 본말을 전도시킬까 봐 걱정이다. YS 때든 DJ 때든 불법 도청이 있었다면 '양쪽의 불법' 모두가 이 사태의 본질이며, 그것은 국정원의 추후의 구체적 고백과 검찰 수사로 밝힐 일이지 정치판을 들쑤셔서 해결할 것이 아니다.

결국 여와 야, 전'현직 대통령들은 검찰 수사에 조력하는 것이 도리일 뿐 정치적 계산에 얽매이고 특정 지역 민심에 울며불며 매달리는 풍경은 그야말로 3류 정치다. 지역주의 몰아내자면서 툭하면 호남 민심 영남 민심 찾아대면 그 꼴 보기 싫어 민심은 달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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