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도심 속 요일장

입력 2005-08-12 10:41:53

도심 속 '요일장'이 새로운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활발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요일시장은 재래시장을 아파트나 주택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재래시장이 백화점과 대형 소매점들의 공세에 쇠퇴하는 추세와는 달리, 요일장은 주거지로 파고들면서 틈새시장을 노려 주부들로부터 적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값이 싸고 물건이 싱싱하다는 것이 주부들의 발길을 잡는 매력이다. 그러나 노점상들이 불법으로 도로와 인도를 점거한 뒤 장사를 하기 때문에 단속의 대상이 된다. 요일장은 지금 '주민 편의'라는 노점 상인들의 주장과 '상권 침해'라며 반발하는 주변 상가 상인들, 그리고 불법 노점행위라는 '딱지' 사이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도심 속 시골장터

10일 오후 3시쯤 북구 동천동 함지초교 서쪽 일대. 수요장이 서자 평소 인적조차 드물던 골목 양쪽으로 200여 노점상들이 좌판을 깔고 각종 물건을 내놓고 있었다. 과일, 생선, 채소, 건어물 등 먹을거리에서 옷, 양말, 액세서리 등 각종 생활용품까지 없는 게 없다. 그들 한쪽에서는 전이 지져지고, 커다란 냄비에서 우려낸 선지, 쇠고기국이 쉴 새 없이 배달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이전의 시골 장터를 보는 듯했다. 호객하는 상인들의 고함소리와 깎아달라 흥정하는 아주머니들의 실랑이가 시끌벅적 장터를 메운다. 인근 보성아파트에 사는 주부 장현정(48)씨는 "아파트 밀집 지역인 데다 주위에 재래시장이 없어 매주 한 차례 서는 요일장이야말로 일주일치 가족들의 찬거리를 장만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했다.

요일시장이 까다로운 주부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싱싱한 물건을 싸게 팔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표가 붙어 있는 물건을 집고 계산만 하면 되는 백화점이나 대형 소매점에서 느낄 수 없는 흥정이 있어서다. 주부 박선미(39)씨는 "물건 값도 싸지만 덤으로 얻어갈 수 있는 재미가 정겹다"며 "이곳에서는 넉넉한 인심이 오간다"고 했다.

요일장을 펼치는 상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노점상들이다. 현대판 보부상으로 불리는 이들은 장이 있는 날이면 새벽같이 경매가 열리는 농수산물 시장 등에서 물건을 떼오기도 하고 직접 시골에서 키운 과일이며 야채 등을 내놓기 때문에 유통과정이 짧아 싱싱한 물건을 싼 값에 팔 수 있다고 한다. 장은 보통 오전 9시쯤 열려 밤 10시쯤이면 파한다.

◇주민편의냐, 불법행위 단속이냐

약속된 날이면 어김없이 장이 선다. 대구 시내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지정된 날에 요일시장이 열리고 있다. 월요일에는 달서구 이곡동(동서화성아파트~선원마을)과 수성구 고산동(하나타운 앞길)에서 장이 열린다. 화요일에는 70여 명의 상인들이 달서구 월성동(월성주공4단지~대구은행 월성동지점), 수성구 고산동(노변근린공원 앞길)으로, 수요일엔 북구 동천동으로 향한다. 목요일에는 수성구 신매동(고산1동 치안센터 뒷길)과 동구 방촌동(우방강촌마을 앞길)으로 장터를 옮겼다가 금요일에는 북구 관음동 칠곡IC 앞 관음로에서 장사를 한다.

이 같은 요일장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인근에서 10여 년 전부터 하나둘 생겨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주거지가 형성되고 주변에 상가가 들어서면서 주변 상인들이나 건물주 등과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과 주변 상가 업주들은 노점상들이 인도와 도로를 막아 통행을 방해하고 주변 상가의 영업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면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한 건물주는 "상가 상인들이 영업에 지장을 받으면서 세를 내놓거나, 임대료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끊이질 않는다"며 "빈 상가 경우에는 임대를 해도 들어오려는 상인들이 없을 지경이어서 건물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소음과 주차 등으로 주민들과 상가의 진정이 잇따르고 이에 단속이 이뤄지면서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 당장에 북구 동천동 수요시장은 오는 9월 함지초등 개교로 이동을 요구하는 구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구청은 그동안 주민 편의 등으로 불법 노점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펼치지 않았으나 학교 개교로 이 일대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더 이상은 장터 허용을 해줄 수 없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들은 "주민과 상가의 진정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강제철거는 불가피하나 가까운 재래시장이 없어 주민편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서로 불편하지 않도록 적절한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부상 240여 명으로 구성된 보부회 석동균 고문은 "주민편의를 위해 구청의 묵인 아래 영업을 해왔는데 불법을 운운하며 철거하는 것만이 최상의 방법은 아닐 것"이라며 "노점상인들도 장터 내 질서유지를 위해 주변 청소나 교통정리, 소독 등 청결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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